“예전의 몸 상태가 아님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세터 안혜진의 ‘내려놓음’, 봄 배구 희망 사라져가던 GS칼텍스를 구했다 [남정훈의 오버 더 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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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남정훈 기자] GS칼텍스의 세터 안혜진도 어느덧 10년차가 됐다. 2016~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GS칼텍스의 지명을 받은 안혜진은 3년차부터 본격적으로 주전 세트급으로 도약했고, 2020~2021시즌엔 GS칼텍스의 트레블(KOVO컵, V리그 정규리그, V리그 챔프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트레블 후엔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에 뽑혀 4강 신화도 함께 했다. 안혜진 선수 인생의 전성기였던 시절이다.
전성기 시절 안혜진은 동 포지션 대비 최고 수준의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점프 토스가 주무기였다. 높게 뛰어올라 아포짓 스파이커에게 보내는 백토스는 힘이 실려 쭉쭉 뻗어나갔다.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공밑으로 파고들어가는 스피드도 좋아 오픈 상황에서도 괜찮은 생산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무회전 플로터 서브가 공끝도 지저분하고 플로터 서브 치고는 구속도 빨라 서브에도 일가견이 있는 선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안혜진의 재능을 갉아먹은 게 있으니 바로 부상이다. 2023년엔 어깨 탈구로 인해 수술을 받았고, 2024년엔 무릎 수술까지 받았다.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를 연달아 수술을 하면서 안혜진은 코트나 웜업존에 있는 시간보다 재활장이나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었다.
2025~2026시즌은 모처럼 시즌 출발부터 뛸 수 있는 몸 상태까지 끌어올렸지만, 이 지독한 부상이란 녀석은 또다시 안혜진을 괴롭혔다. 지난해 12월2일 현대건설전 이후 무릎 부상 재발로 인해 한 달 반 가량을 또 코트에서 사라져야 했다.


이대로 GS칼텍스의 제2 세터 지위도 흔들리던 상황에서 안혜진이 달라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생각보다 비결은 간단했다. ‘내려놓음’.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이영택 감독의 요청으로 명 세터 출신인 최태웅 SBS스포츠 해설위원이 청평에 위치한 GS칼텍스의 훈련장을 찾았고, 최 위원은 안혜진에게 자신의 선수생활 시절을 들려주며 “나 역시 발목 부상으로 예전 한창 좋았던 때의 운동능력을 잃었다. 그때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서 토스를 하면 안 된다. 지금의 몸 상태를 받아들이고, 달라진 메커니즘으로 토스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 위원의 조언을 새긴 안혜진은 29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선발로 출장한 김지원이 2세트 들어 크게 흔들리며 토스한 공이 흥국생명 코트로 넘어가는 경우가 몇 차례 나오자 이영택 감독은 안혜진을 웜업존에서 소환했다. 지난 23일 흥국생명전에서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영택 감독의 이날 첫 선택은 안혜진이었다. 그만큼 안혜진의 구력을 믿은 선택이었다.

안혜진의 토스워크가 살아나면서 1,2세트를 무기력하게 패했던 GS칼텍스의 경기력은 3세트부터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실바가 3세트에만 공격 점유율을 66.67%를 가져가며 14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쳐보였고, 10-12에선 고졸 신인 리베로인 김효임이 ‘서베로’로 들어와 8연속 서브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안혜진의 경기 운영은 4세트 들어 달라졌다. 흥국생명 블로커들이 실바를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역이용해 왼쪽 측면의 유서연, 권민지에게 공을 분배하기 시작했고, 실바가 4세트엔 3점에 그쳤음에도 유서연과 권민지가 4세트에 7점, 6점을 몰아치며 승부를 풀세트로 끌고가는 데 성공했다.


경기 뒤 김효임과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을 찾은 안혜진의 눈가는 촉촉했다. 울었냐는 질문에 “아니오. 너무 힘들어서요”라며 특유의 명랑함으로 답했다. 이어 “오랜만에 긴 시간을 경기에 뛰었다. 제가 정신이 없었는데, 공격수들이 잘 도와줘서 쉽게 경기가 풀렸다”면서 공격수들에게 승리의 공을 돌렸다.
가장 먼저 현재의 몸상태를 물었다. 과거 전성기 시절을 100으로 봤을 때 지금은 어느정도일까. 안혜진은 “점수를 매기긴 어렵지만, 그 전보단 괜찮아졌다. 뛰는 데는 문제가 없다. 감독님께서 선발 출장의 기회를 준다면 풀타임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흥국생명은 실바를 견제하기 위해 블로킹 스위치를 통해 레베카 등 장신 선수들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안혜진은 3세트에 실바를 적극 활용했다. 아무리 높은 블로킹이 붙어도 이를 뚫어낼 수 있다는 믿음의 토스였다. 안혜진은 “흥국생명이 저와 실바가 빠르게 가져가는 플레이는 대비가 잘 안되어 있는 것 같아 그렇게 갔다”면서 “4세트엔 3세트와 컨셉을 바꿔 상대의 낮은 블로킹 쪽을 활용하다보니 아웃사이드 히터쪽에 공을 더 올렸다. 블로킹이 높든 낮든 공격수들이 잘 때릴 수 있게 예쁘게 올려주려고, 천천히 하려고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부상 복귀 후 흔들렸던 경기의 영상을 보며 안혜진은 많은 걸 느꼈다. 그는 “영상을 보니 경기 운영도 그렇고, 멘탈적인 면도 그렇고 ‘옛날엔 이렇게 하면 됐었는데, 이제 안되네’라며 소심하게 플레이했던 것 같다. 예전의 몸이 아닌데, 예전처럼 점프 토스를 하려다보니 공격수들이 누워때리는 타이밍으로 공을 올렸던 것 같다”라면서 “이제는 지금의 몸에 맞게 토스하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장충=남정훈 기자 che@segye.com[현장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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