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interview] '10년 만 첫 이적→천안 캡틴' 고태원, “감독님이 죽어도 같이 죽자고 하셨다”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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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아인]
고태원은 박진섭 감독의 축구에 대한 믿음이 분명했다.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적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간절한 의지로 주장 완장까지 받아들였다.
고태원은 2016년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해 10년의 세월을 보낸 원클럽맨이었다. 축구에서 '원클럽맨'이 주는 상징성은 강하다. 커리어에서 한 팀에만 오랜 시간을 뛴 선수는 팬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구단의 역사이자 그 자체를 나타내기도 한다. 고태원은 군 입대 기간을 제외하면 전남에서만 K리그 통산 172경기 7골 1도움을 기록하며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2026시즌을 앞두고 천안시티FC로 생애 첫 이적을 결심했다. 2023시즌 K리그2에 입성한 천안은 2024시즌 9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지난 시즌 부진을 겪었다. K리그 경험이 풍부한 박진섭 감독이 새로 부임했고, 17명의 선수들이 새로 합류하면서 리빌딩을 단행했다. 프로 10년 차에 '신입생'이 된 고태원은 1차 전지훈련이 시작되고 열흘 만에 '주장 완장'이라는 막중한 책임까지 받았다.
10년간 정든 팀을 떠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는 지난 22일 태국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고태원과 유선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태원은 “전남 홈 경기장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가 9월이었다. 부상을 당하면서 그게 전남 마지막 경기가 될 줄도 몰랐고 팬분들께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다. 지금도 많이 아쉽다. 그래도 같은 K리그2 무대에 있으니 전남 원정 때 인사드리면 좀 홀가분해질 거 같다”고 심경을 전했다.
많은 고민 끝에 천안을 선택한 데에는 박진섭 감독에 대한 믿음이 컸다. 고태원은 “상대 팀으로 만나면 박진섭 감독님 축구는 내가 추구하는 축구와 굉장히 흡사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계신 팀은 수비하기 굉장히 껄끄러웠고,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를 원하신다는 말을 듣고 고민 없이 빠르게 천안에 오게 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천안시티FC 주장 고태원 인터뷰 일문일답]

-전남 원클럽맨인데 처음으로 이적했다.
전남에 입단 후 10년 정도 몸 담으면서 워낙 오래 있었다. '원클럽 맨'이라는 무게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선수로서 팀에 소속감도 컸고 감사한 게 정말 많았다. 다만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구단과 생각하는 방향성이 약간 달랐다. 서로 많이 노력했지만, 자연스럽게 내가 떠나는 걸로 됐다. 그 시점에 천안이 가장 먼저 연락을 줬다.
박진섭 감독님이 오시면서 천안을 선택한 계기도 있다. 상대 팀으로 만났을 때 박진섭 감독님 축구는 내가 추구하는 축구와 굉장히 흡사해 보였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계신 팀은 수비하기 굉장히 껄끄러웠고,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를 원하신다는 말을 듣고 고민 없이 빠르게 천안에 오게 됐다.
-10년 만에 팀을 떠나면서 아쉬웠을 거 같은데
내가 전남 홈 경기장에서 치른 마지막 경기가 9월이었다. 이후에 부상 때문에 연말 막판까지 못 뛰었다. 그 경기가 전남 소속으로 뛰는 마지막 경기가 될 줄도 몰랐고 이적하면서 팬분들께 제대로 된 인사를 못 드렸다. 워낙 오래 있었다 보니 따로 인사 드려야 할 분들도 계셨는데 사정상 못 만나서 마음에 걸린다. 지금도 많이 아쉽다. 그래도 같은 K리그2 무대에 있으니 전남 원정 때 인사드리면 좀 홀가분해질 거 같다.
-박진섭 감독 축구는 경험해 보니 어떤가
너무 좋다. 너무 너무 좋다. 요즘 주변에 박진섭 감독님과 코치님들을 지금보다 더 어릴 때, 일찍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랬으면 내가 좀 더 높은 곳에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 만큼 감독님의 지도는 긍정적이다. 내가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됐다. 지금이 보통 전술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시기인데, 특히 어린 선수들한테도 세밀하게 지도를 해 주신다. 연습 경기를 하면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우리가 하려는 축구가 구체적으로 잘 정돈됐다는 느낌을 받는다. 당장 완벽하게 구현하진 못하겠지만, 나는 수비수니까 뒤에서 느끼기에 우리가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어떤 걸 많이 강조하시나?
감독님은 점유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단순히 공을 오래 소유하는 것에 그치는 무의미한 점유가 아니다. 축구의 본질은 결국 득점과 실점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공을 소유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상대가 우리를 압박하는 건 어렵게 만들면서, 우리는 그 공간에서 공을 소유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미리 약속해둔다. 공간을 누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술적 약속이 매우 세밀하게 짜여 있다. 현대 축구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연습 경기는 어땠나
2경기 진행했다. 원래 3경기를 하기로 했는데 부상자가 몇 명 나와서 무리하게 하지 않고 중국 팀, 서울이랜드 FC와 했다. 결과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단,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하려고 하면서 긍정적으로 나온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정식 경기가 아니니 득점이나 실점하는 결과 같은 것보단 준비한 것들이 잘 나왔단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훈련 하루에 세 차례도 한다고 들었는데 강도는 할 만 한가
1, 2주차에는 체력 운동, 피지컬 쪽으로 많이 발전시키려고 훈련을 했다. 보통 전지 훈련 오면 하루에 1번 또는 2번 훈련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박진섭 감독님 오시고 올해는 거의 기본이 2번이고, 3번까지도 하면서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적응은 되는가
운동 선수니까 운동하는 건 괜찮은데, 아무래도 20대 초반 선수들이 많다 보니 그 친구들은 회복력이 워낙 좋다. 훈련은 따라가겠는데 회복할 때가 좀 힘들다(웃음).

-이적하자마자 주장직을 맡았다. 정식 주장은 처음 아닌가?
프로 커리어에서 첫 이적이었다. 박진섭 감독님 처음 뵙자마자 주장이라는 중요한 직책 맡겨주셔서 굉장히 감사드린다. 솔직히 한편으론 그만큼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든다. 한 2~3년 전에 전남에서도 주장을 했던 적이 있다. 주장이라고 해서 내가 특별히 더 나은 부분이 있기 보단, 동료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팀을 이끌어 가는 편이었다. 천안엔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내가 좀 더 챙겨 주는 역할이 더 필요한 거 같다. 그래서 요즘엔 좀 더 관심 갖고 다가가고 물어보면서 하나 하나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감독님이 먼저 주장직 제안하신 건가
맞다. 사실 통보에 가까웠다(웃음). 감독님이 먼저 정해놨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냥 "알겠습니다"하고 반박도 못했다. 감독님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같이 잘해서 살아보자고 하셨다.
감독님도 많은 고민 끝에 천안행을 결정하신 걸로 안다. 간절함을 갖고 준비하시는 게 보인다. 나도 많은 고민을 하다가 전남을 떠나서 이적했다. 서로 간절한 마음이 같다 보니 그게 좀 더 오래 묻어날 수 있게 나를 주장으로 선택하신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본인은 어떤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전에는 내가 잘 아는 환경이었고, 굳이 내가 아니어도 더 좋은 선수들이 팀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좀 묻어가려 하고, 내 위치에서 그냥 묵묵히 내 할일만 하곤 했다. 천안에서는 구단에서도 내가 고참으로서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면서 영입한 걸로 알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먼저 다가오기 어려울 거 같아서 내가 좀 더 다가가려 한다. 나도 그 시절엔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먼저 그 친구들의 생각을 들여다 보려 하고,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 중간 역할도 하려고 많이 노력 중이다.
-천안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골키퍼 형들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들 중에 나와 (최)규백이가 가장 고참이다. 내가 20살에 처음 신인으로 입단했을 때만 해도 지금 내 나이대 선배들이 그렇게 나이가 많다는 느낌이 없었다. 요즘엔 K리그 자체가 연령대도 많이 어려졌다. K리그2에도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생소한 거 같다. 분위기가 많이 영하고 상큼한 맛이 들지 않나 싶다. (세대차이도 느끼는지?) 대화를 잘 안 껴주는 거 같다(웃음). 내 성격이 굳이 노력해서 친해지려 하기 보다 오면 오고, 가면 가나 보다 하는 편이다.
-선수들 팀워크가 중요할 거 같다
어린 친구들은 아직 더 성장하겠지만, 장점도 많고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작년에 비해서 감독님과 선수단은 물론 모든 게 새로운 팀이라고 할 정도로 다 바뀌었다. 감독님은 얼마나 오래 있을지 모르더라도 이 팀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우리만의 좋은 문화를 만들어 놔야 그 다음에 오는 선수들, 감독님, 코칭 스태프들이 와서 그걸 잘 이어가고 선순환이 되야 한다고 하셨다.
감독님부터 나서서 하나씩 다 만들고 있다. 물론 작년까지 있던 문화도 존중은 하지만 팀의 모든 게 바뀌었다 보니 감독님께서 기준을 먼저 잡고 우리가 어떻게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하나 하나 약속하고 준비하는 단계다.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잘 만들어지고 있는 거 같다. 어린 선수들도 많다 보니 적응이 굉장히 빠르다. 어떤 말도 잘 받아들이고 태도도 좋다. 훈련 분위기 같은 것도 너무 밝고 좋았다.

-평소에 블로그도 하고 책도 좋아하는 거 같다.
작년에 전남에서 주변 동료들이 하나 둘 이적하면서 떠나가니까 약간 무료해지더라. 심심함을 좀 달래려고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시간 남으면 그냥 카페나 방에서 책을 본다. 지금도 개인적인 시간은 책을 읽으면서 보낸다.
-최근에 읽은 책 하나 소개해 주자면
원래는 책을 몇 권씩 갖고 다니는데 이적 후 환경이 바뀌다 보니 그냥 손에 잡히는 책을 하나 가져왔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라커룸 리더십'이라는 책이다. 나에게 필요했던 내용이 들어 있었다. 라커룸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 있다. 선수들이 어떤 식으로 리더십을 갖고 팀을 꾸려나가는지에 대해서도 '이런 방법도 있구나'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천안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
전남에서도 고참급이었지만 나보다 더 나은 선수들,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았다. 팀이 이기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역할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천안에 와 보니 여기서 내 역할이 더 많아졌더라. 시즌 시작에 앞서서 개인적으로도 내가 천안 소속으로 경기력적인 부분에서 얼만큼 증명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천안이 작년에는 성적이 많이 안 좋았다. 계약하러 갔을 때도 구단 관계자분들께서 공통적인 말씀을 하셨다. 작년에 실점도 너무 많았고 수비적으로 많이 불안했다고 하시면서, 날 영입할 때 많은 고민을 하고 심혈을 기울인 끝에 계약하는 거라고 했다. 부담도 들었는데 천안에 와 보니 K리그에 한 획을 그은 유경렬 코치님, 조성진 선생님이 계셨다. 나에겐 큰 산 같은 수비수 선배님들이시다. 솔직히 요즘에 더 많이 배우고 있는 거 같다. 작년에 비해서는 수비적으로든 전체적인 성적이든 훨씬 더 나은 시즌을 만들고 싶다.
-올 시즌 천안 목표는 플레이오프권 진입이다. 전남에서의 경험이 많이 도움될 거 같은데
전남에선 지는 경기보다 이긴 경기를 더 많이 했다. 상대보다 우리가 더 압도하는 경기도 많았다. 내가 아직 천안 소속으로 뛰어 보지 못했지만, 천안은 작년에 하위권에 있었고 선수층이 얇은 편이다. 상대는 분명 우릴 또 제압하려고 나올 거다. 그만큼 압박도 셀 거고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그런 부담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걸 못 이겨내고 그 순간만 모면하려 하면 발전이 하나도 없다. 당장 그게 두렵고 힘들어도 좀 더 침착하게 이겨내고 해결하려 하면 발전하게 된다. 그러면서 좀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좋은 팀이 될 수 있다. 동생들과 동료들에게도 경기를 하면서 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든 이기든 어쨌든 팬들께 보여드려야 한다. 맨날 수비만 하고 공도 의미 없이 차면서 발전이 없어지면 관중들 입장에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러 경기장에 오는 건데 재미가 없을 거다. 경기다운 경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
-1차 전지훈련 남은 시간 목표
우선은 체력적인 부분이다. 파트별로 전문 스태프들이 계신다. 피지컬 파트의 최준혁 코치님께 내 몸 상태가 어떻든 그냥 모든 걸 믿고 맡기고 있다. 시즌 시작됐을 때 몸이 좋을 거란 믿음이 있어서 걱정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2주 정도 지났다 보니 마지막엔 긴장감이 좀 떨어지고 몸도 지치고 할 수 있다. 그럴 때 꼭 부상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나 포함해서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전남에서 내가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천안 팬분들에게도 그만큼 받는 게 내 목표이자 바람이다. 그냥 사랑을 받을 순 없다. 내가 잘해야 하고 우리 팀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야 팬분들도 우릴 응원해 주실 거다. 좋은 경기를 해야 재미있어서 경기장에도 많이 찾아와 주실 거다. 그런 것들 확실하게 인지하면서 훈련하고 준비하겠다. 개막하면 경기장 오셔서 우리와 함께 많은 추억 만들 수 있도록 준비 잘 해보겠다.
김아인 기자 iny421@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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