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야설

‘공알’이 도대체 뭐 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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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암구호에 얽힌 에피소드 한 두 개쯤은 다 가지

고 있을 것입니다.  그 진부할지도 모르는 에피소드를 경험담으로 얘기하고자 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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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권 일병을 처음 접한 것은, 그가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우리 부대에 배속을

받고 왔을 때였습니다. 물론 계급은 이등병이었습니다.


여느 초년병이나 다 그렇듯  권 일병도  어릿어릿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따블빽을 메고 내무반에 들어섰을 때, 공교롭게도 내 위의 고참은 아무도 없

었습니다. 내가 그의 신고를 받을 처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는 따블빽을 바닥에 내려놓고 경례를 하며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신고합니다. 이병 권 길동은 천구백팔십팔년 오월 …”


그렇게 막 신고를 시작했을 때, 나도 우렁차게 외쳤습니다.


“신고 생략!”  


나는 그런 들으나마나한 신고를 받는 게 따분했던 것입니다. 그에게 신고를 받느

니  ‘누나나 여동생이 있느냐?’   ‘애인은 있느냐?’   ‘니 애인더러 무지 멋진 고참

님이 있다고 말해서 니 애인 친구를 나에게  소개하게 해줄 수 있느냐?’   등등을

물어 보는 게 훨씬 생산적(?)이었던 것입니다.


나는 권 일병을 데리고 PX로 갔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것을 묻기도 하고, 군대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도 해주고 그로 하여금 질문도 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에게 호감이 가는 것입니다. 그건 그에게 누나가 세 명이나 있다

고 해서 그랬던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는 무척 순진하고 순수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는 아버지와 남자 형제

없이 홀로된 어머니와 세 명의 누나들과 생활을 했다고 했습니다. 즉 집안 식구

가 자신을 제외하면 모두 여자들이었던 것입니다. 거기에다가 그는 친구가 별로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릴까봐  어릴 때부터 자신의 친구를

엄격히 통제했다는 것입니다.


집안 식구의 구성원이 그렇고 또한 친구가 그러하니, 그가 순진하고 순수하지 않

을 레야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특히 섹스와 관련해서는  깜깜이었습니

다. 


“얌마, 그럼 인터넷도 안했다는 거야?”

“인터넷 했죠. 학교에 리포트 낼 때 이용을 많이 했죠.”

“아니, 그런 인터넷 말고… 왜 있잖아 야동 같은 것 말야?”

“야동? … 야생동물? … 야생동물 사이트 말이죠?”


“그래 야동은 야생동물의 준말이야… 그건 그렇고, 오팔팔에도 못 가봤겠네? 입

 대할 때 친구들이 거기 데리고 가지 않았어?”

“오팔팔? … 오팔팔? …”


기가 막힐 일이었습니다. 그의 섹스관련 지식이나 알고 있는 정보는 내 초등학교

고학년 때 보다 못한 것 같았습니다.


며칠 후, 또 한 번의 공교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그의 근무부서가  내가 근무하는

정훈참모부로 정해졌던 것입니다. 나는 그때에서야 그의 주특기가 나의 주특기와

같은  ‘정훈’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훈참모부의 사병들은 모두 사단 본부중대 내무반에서 기거를 하고 낮에만 정훈

참모부 사무실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권 일병과 나는 24시간을 같이 생

활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거기에 주특기까지도 같으니 자연스럽게 가까워 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자꾸 장난이 걸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건 그에게 호감을 느끼

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보다 그의 순수함과 순진함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순수함에 샘이 나서 그걸 헤집어보고 싶었고, 순진함을 놀려먹고 싶었던 것

입니다. 


그가 일등병으로 진급하고 한 달 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야간에 내무반 불침번을

서는데 그의 차례가 바로 내 뒤였습니다.


“권 일병 일어나, 시간됐어.”


그는 부스스 일어나 복장을 갖추었습니다.


“오늘 암구호가 뭐죠?”

“암구호, 오늘 암구호는 … 아 참 그런데 말야 …”


그러면서 나는 시간을 지체했습니다.  또 그에게 장난을 걸고 싶은 마음이 불쑥

일어났고, 어떻게 장난을 걸 것인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

니다. 


“오늘 암구호는 물음이  ‘공알’이고 답은  ‘건설’이야.”

“공알? … 공알이 무슨 말이죠?”

“공알도 몰라?… 공룡 알이잖아.”

“아, 공룡 알. … 알았어요. 주무세요.”


네이버3의 여러분들께서는 ‘공알’이 뭣인 줄 잘 알고 있죠? 그래도 혹시 모르는 분

이 있을지도 모르니 간단하게 설명을 하죠.


‘공알’은 여자의 외음부에 도드라져 있는 작은 돌기를 말하는데, 한자어로 음핵

(陰核)을 비속어로 말하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클리토리스(Clitoris)입니다. 경상

도쪽에서는 ‘공’의 경음화 현상을 일으켜 ‘꽁알’이라고 합니다.


여성이 흥분을 느끼는데 신체 부위중 제일 민감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위치는 소

음순 위쪽에 있고, 대체로 얇은 표피에 쌓여져 있다가 흥분하면 도드라져 표피를

뚫고 튀어 나옵니다. 음란한 여자들은 걸핏하면 튀어나오겠죠.


아무튼 그건 그렇고 그날 나는, 답 암구호는 ‘건설’이라고 바르게 말해주었으나,

불침번이 발해야 하는 물음 암구호를 전혀 엉터리로 말해주었습니다. 진짜 암구

호는 아마 ‘현장’인가 그랬을 것입니다.


내가 불침번 인계를 하고 자리에 들어 오 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내무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선임하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문 열어. 순찰이다.”


그때 권 일병이 문 가까이 다가가 암구호를 발했습니다.


“공알.”


몇 순간 후, 밖에서 선임하사의 말소리가 들렸습니다.


“뭐라구? 공알! …”


이어서 권 일병이 또 암구호를 발했습니다.


“공알!”

“너 이 새끼! 뭐 공알?… 문 열어!”


선임하사의 목소리에 노여움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권 일병은 또 다시 암

구호를 발했습니다.


“공알!”

“너, 이 새끼! 나하고 장난쳐!… 어서 문 열어!”


“공알!”

“너, 정말!… 관등성명 대봐! 이 새끼가 정말!”


그러나 권 일병은 훈련소에서 배웠던 불침번 수칙을 용감하게(?) 지켜내고 있었

습니다.


“공알!”

“이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을 했나. 어서 문 열어!”


“공알!”

“니기미가 공알이다.… 너 내일 봐!”


“공알!”


선임하사의  ‘니기미가 공알이다.’ 에 이어진 권 일병의 그 암구호가 있은 후, 문

밖에서는 더 이상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선임하사가 패배를 인정하고 자

리를 뜬 것이었습니다.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아가며 잠을 자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권 일병 다음

순번의 불침번이 또 ‘공알’을 외치게 해서는 아니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권 일

병에게 인수를 받을 그 불침번에게 바른 암구호를 전달하기 위해 기다렸던 것입

니다.


다음날 아침이었습니다. 나는 부리나케 선임하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자수를

했습니다. 선임하사는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듯했습니다.


“장 상병. 이제 그런 장난 좀 그만해.”


그렇게 나는 그  ‘공알 사건’을 마무리 지었고, 그 사건 이후 부대 내에서는 권 일병
이 ‘권 꽁알’로 불리어졌습니다.


그 ‘권 꽁알’ ―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지내는지, 오팔팔에는 한번 다녀봤는지, 마누라와의 잠자

리에서 마누라의 클리토리스를 만지며 무얼 생각할는지, 이 모든 것이 자못 궁금

합니다.


그리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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