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담 야설

불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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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 테라피 켜 놓고 있는데 여자애가 놀러 왔다.
 
놀러 온 애가 자기 책 잡고서 뒹굴거리기만 하고 나한테는 관심을 안 준다.
 
내가 삐쳐서 촛불 들고 가서 촛농 떨어뜨리겠다고 했더니 얘가 공포에 질려서 벌벌 떤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제발 하지 말라고 사정을 한다.
 
약간의 관심이 필요했을 뿐이지 일이 이렇게 크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에 당황했다.
 
겁 먹은 강아지처럼 벌벌 떠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지만, 진퇴양난인 곤란한 상황이었다.
 
촛농 떨어뜨렸다가는 뒷감당이 안 되는거고, 그렇다고 그냥 물러나기도 뻘쭘하다.
 
그런 어색한 상황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너 바보냐? 라는 말투로 "이거 불어서 끌 수 있는 것 알아?" 고 했다.
 
그 말을 듣더니 죽을 만큼 겁 먹은 표정에서 "앗! 그런 수가 있구나!" 라는 표정이 되더니 훅 불어서 촛불을 끈다.
 
무서운 게 없어지자 기가 펄펄 살아나서 마구 욕을 퍼부으면서 내 팔을 꼬집어대기 시작한다.
 
너는 변태고 나쁜 놈이고 어쩌고 욕을 한참 하다가 좀 진정이 됐는지 씩씩거린다.
 
하지만 아직도 분은 덜 풀렸는지 꼬집은 걸 놓지는 않는다.
 
얼마 동안은 참아 줬지만 슬슬 인내력이 바닥이 나서 "할 말이 있다." 고 운을 뗐다.
 
그랬더니 씹어 뱉는 투로 쏘아 붙인다 "뭐야?"
 
"이거 아직 뜨거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후다닥 구석으로 도망가 버린다.
 
구석에서 웅크리고서는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본다.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그 눈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겠다.
 
거기서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를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았지만, 그러기에는 그 표정이 너무 귀여웠다.
 
......내 가죽이 벗겨질까봐 무섭기도 했고. 덧붙이자면 멍이 한 달 넘게 갔다.
 
그래서 초는 치워 버리고 입을 맞췄더니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온다.
 
 그 다음은 뻔한 거니 생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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