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장

　아르토니아는 오래지 않아 임신하고 1남 1녀의 쌍둥이를 낳았다.

　그녀를 차례차례 범한 이민병들과의 자식이었지만 주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르토니아는 두 사람에게 지극한 사랑을 쏟아 키웠다.

　왕자 알렌은 이민의 피를 상징하는 색 짙은 피부에 우람한 육체, 날렵한 얼굴, 구김 없는 웃음이 눈부신 청년으로 성장했다.

　공주 스텔라는 사랑스러운 외모에 명쾌한 인품과 지성을 갖춰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병상에 오래 머물던 왕이 죽고 아르토니아는 여왕으로 즉위했다.

　왕가의 관례를 깨고 그 대관식에는 이민자 출신 대신·무인·관료까지 참석했다.

　그날 아르토니아와 마찬가지로 형장에서 이민병들에게 희롱을 당했던 4명의 여기사는 죄인으로 근위기사에서 파면되었으나, 훗날 아르토니아에 의해 복직되어 명예를 회복했다.

　아르토니아 여왕은 왕국이 그동안 완강히 고수하던 이민 차별 정책을 차례로 폐지했다.

　사회구조의 변혁으로 권익이 침해당한 제후와 귀족들이 아르토니아에 반기를 들었지만, 4명의 여기사가 통솔하는 근위기사단과 장군이 이끄는 이민병단의 연합군에 의해 완전히 진압되었다.

　이 내란에서 그날 아르토니아를 범한 이민병 중 몇 명이 그녀에게 승리를 바치려고 과감히 싸우다 영웅적인 죽음을 맞았다.

　민족차별이 감소함에 따라 각지에서 다양한 인종의 상인들이 왕국을 왕래하기 시작했고, 산업과 경제는 활성화되어 왕가의 재정을 윤택하게 하고 국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했다.

　왕국민의 귀족과 부유층에 뿌리 깊게 박혀 있던 이민 배척론은 이민의 피를 받은 왕자와 공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잠잠해졌다.

　아르토니아가 추진하는 차별 제도 철폐와 함께 급속히 활력을 더한 사회가, 왕가를 높게 지지했다.

　장성한 왕자 알렌은 왕위를 계승해 이민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공주 스텔라는 지성을 발휘해 재상으로서 젊은 왕을 지탱했다.

　알렌의 첫 시책은 스텔라의 제안에 따라 왕국민과 동일한 시민권을 모든 이민에게 동일하게 부여하기로 했다.

　이로써 왕국에서의 이민 차별 정책은 완전히 종식되었고, 이민왕의 즉위는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이 되었다.

　이웃나라에서 폭군에 의해 박해당한 민족이 난민이 되어 왕국으로 유입되자, 폭군을 타도하기 위해 이민왕은 직접 원정군에 앞장섰다.

　주력인 이민병들에게 왕은 민족의 맹주이자 왕국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조국이 되었다. 그 사기는 높았고, 수에서 압도하던 이웃나라 군주는 순식간에 병력이 와해당해 항복했다.

　알렌은 민족간 분쟁에 피폐하고 황폐해진 주변국을 차례로 평정, 그 나라들을 통합하는 제국의 수립을 선언, 초대 황제의 자리에 올랐다.

　지성과 인망을 갖춘 공주 스텔라. 항상 시무룩하지만 군인들의 믿음이 두터운 이민 장군. 절대 충성을 왕가에 바치는 근위기사단 여기사.

　그들이 알렌 황제 곁을 굳게 지켜 제국의 체제를 반석화하였다.

　제국령 전 국토에서 민족·인종에 의한 차별 없는 통치가 철저히 이루어지고, 민족 대립의 구도가 해소된 제국은 번영의 시대를 맞이했다.

　왕국민과 이민자 쌍방의 피를 받은 두 명군을 길러낸 아르토니아는 민족융화의 어머니로 불리며 경애받았다.

　그녀의 명예회복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위한 재판이 열렸다.

　가학적인 판결로 그녀를 모욕한 특별법정은 왕국의 역사적 치욕이라고 단죄되었지만, 당시 특별법정의 판사였던 자들은 아르토니아의 사면으로 용서받았다.

　아르토니아는 명문 귀족과 주변국의 왕족, 실업가, 예술가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구혼을 받았지만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왕가에 후계자 다툼의 새로운 불씨를 만들어 주지 않기 위해서라든가, 모욕당한 그 몸을 짊어지고 혼인에는 나설 수 없는 것이다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평생 아르토니아의 옆에 머무르던 메이드는 이렇게 증언했다.

　개선식에서 두 아이를 환희로 찬양하는 백성들을 발코니에서 바라보며, 아르토니아가 자애로운 미소로 속삭이곤 했다고.

ㅡㅡㅡ 당신의 아이에요. 보고계신가요? ㅡ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