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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새살림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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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어느새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다. 퇴근할 때가 되자 아침에 아내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사내는 어디론가 나갔는지 없었다. 햇살은 간밤에 있었던 일은 전혀 모르는지 너무 화사하고 밝게 실내를 비추고 있었다. 그런 화사한 햇살앞에서 아내를 보기가 왠지 어색했다. 시계를 보니 출근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 차도 있었고 회사에서 가까워 지금 나가도 늦지 않을 듯 싶었다. 

<오늘 출근하게요?> 

아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해야지...> 

그리고 그걸로 아내와의 대화는 끝이었다. 나도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 였던 것 같았다. 

옷을 갖춰입고 사내의 원룸을 나서려는데 아내가 따라오며 마중해온다. 그런 아내를 보자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 어딨을거야?> 

내 질문에 아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잠시 말이 없다. 그러더니 잠시 후 고개를 들어 말한다. 

<어디긴요! 우리 집에 있어야죠. 오늘 일찍 들어오실거죠? 저녁 해놓고 기다릴께요!> 

<봐서...>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해주고는 사내의 원룸을 나섰다. 사내의 원룸에서 멀어진 후 흘낏 뒤를 돌아보니 아내는 그때까지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보자 괜히 더 심통이 난 나는 더욱 잰 걸음으로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갑자기 아침에 봤던 아내의 모습이 더욱 생각나는 것이다. 아내가 보고 싶었다. 정말로 아내가 집에서 저녁을 해놓고 나를 기다리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때 마침 직장동료들이 오늘 모처럼만에 회식이나 하자고 한다. 안그래도 오늘 상사에게 혼도 나고 마음도 울적할테니 같이 술이나 한잔 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혼자 있고 싶었다. 그래서 집에 일이 있다는 말로 동료들의 권유를 뿌리치고 회사를 나섰다. 회사를 나서긴 했지만 그렇다고 집에 일찍 들어가기도 싫었다. 아내가 보고 싶었고 아내가 정말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긴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런 아내를 조금이라도 괴롭히고 싶었다. 언제 들어올지 모를 나를 기다리게 하면서 조금이라도 괴롭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스스로 유치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말이다. 그때 마침 내 눈에 작은 포장마차가 눈에 띄었다. 역시 나같은 서민들에겐 마음이 울적할때 포장마차만한게 없었다. 주저없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몇가지 안주와 소주를 시켜놓고 혼자 자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내 옆에 와서 앉는다. 회사의 미스 리였다. 

<어머! 집에 일 있으시다는 분이 오신데가 왜 포장마차에요?> 

<어? 미스리가 여긴 어떻게!> 

<헤헤, 그냥 지나가다 보니 박 주임님이 여기로 들어가시길래요...> 

<미스 리는 회식 안갔어?> 

<호호, 그까짓 회식 시시해서요.> 

<그래? 근데 여기 따라들어 온건 뭔 일이야? 나랑 같이 있는게 회식자리보다 더 시시할텐데...> 

<호호, 그건 주임님 하기 나름이죠, 뭐!> 

<뭐? 나 하기 나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호호, 그런게 있어요. 아이, 그나저나 계속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으시기에요? 저도 오늘 술 한잔 하고 싶다고요...> 

<어, 아참! 이거 그러고보니... 내 정신좀 보게...> 

나는 얼른 주인에게 술잔을 더 부탁하고는 미스 리에게 술잔을 따라주었다. 내가 술을 따라주자 마자 미스 리는 거침없이 술잔의 술을 한번에 다 비운다. 

<캬아~ 아 쓰다! 헤헤, 주임님 한잔만 더 주실래요?> 

<어허, 괜찮겠어? 보아하니 술도 잘 못하는거 같은데...> 

그러자 미스 리가 살짝 눈을 흘긴다. 

<주임님! 지금 여자라고 저 무시하는 거에요?> 

<아니, 아냐! 그럴 리가 있겠어...> 

나는 어쩔 수 없이 미스 리의 잔에 가득 소주를 따라 주었고 미스 리는 그것을 건배도 하지 않고 한 입에 털어넣어 버린다. 미스 리가 술잔을 들어 마실 때 붉은 입술과 하얀 목이 유난히 내 눈길을 끌었다. 

어느새 미스 리는 내 앞의 소주 한병을 순식간에 비워버린다. 술이 그리 세지는 않은 듯 벌써 얼굴이 벌개진 상태였다. 나는 소주병이 비자 다시 술을 시켰고 그마저도 미스 리는 순식간에 비워버리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 있는 듯 싶었지만 굳이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내 일신의 일도 해결 못하는 판에 남의 일에까지 참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로의 잔이 비면 술잔을 따라주며 그저 말 없이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갑자기 미스 리가 약간 혀가 꼬부라진 말투로 뜬금없는 질문을 내게 던진다. 

<주임님, 주임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뭐? 뭘 그렇게 생각해?> 

<치, 주임님도 다 아시면서 시치미 떼시기는...> 

그제서야 미스 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짐작이 갔다. 

<어, 아... 그거?> 

<훗, 것봐요! 주임님도 다 아시잖아요...> 

<훗, 그런거 같구만...> 

며칠전 들은 미스 리에 관한 회사의 소문이 떠올랐다. 그동안 아내와의 일로 별로 관심도 갖지 않았는데 미스 리의 난데없는 질문에 새삼 그때 들은 회사의 소문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 소문은...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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