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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새살림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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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퍽! 

내 주먹에 사내가 화장실 구석에 가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의외로 사내는 별 저항도 없었고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내 주먹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얼굴을 얻어맞고 힘없이 가떨어지는 것이었다. 사내가 가떨어지자 아내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흥분한 내 귀에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릴리 없었다. 가떨어져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사내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사내를 일으켜세웠다. 

<개새꺄! 지난번에 한번 그렇게 당했으면 정신을 차려야 할거 아냐!> 

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또한번 사내에게 주먹을 날렸다. 사내가 신음을 지르며 또 가떨어진다. 그때 아내가 사내 앞을 가로막는다. 

<여보! 이러지마! 우리 말로 해! 이사람은 잘못 없어.... 다 내가 잘못한거야!> 

짝! 

내가 휘두르는 손에 아내의 고개가 매섭게 돌아간다. 순간 아차 싶었지만 너무 흥분한 는 그런것까지 깊게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 개같은년! 지금 그걸 말이라구 하는거야?> 

고개가 돌아간 아내는 고개를 돌릴 생각도 못하고 내게 맞은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평생 내게는 물론 부모님에게조차도 맞아본 적이 없는 아내였다. 평생 처음 따귀를 맞아본 아내였기에 충격이 클 터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사내가 괴성을 지르더니 내게 달려든다. 

퍽! 

사내의 주먹이 내 얼굴에 작렬했다. 별이 오락가락했다. 는 사내가 또 달려들거라고 생각하고 얼른 화장실에서 온다음 정신을 차리고는 방어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사내는 더 이상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번 일은 다 제 잘못입니다. 그러니 때리려면 차라리 저를 때리십시오!> 

사내가 짐짓 기사도 정신을 발휘한다. 문득 오기가 고개를 치밀었다. 그래 꼴에 사내라고 여자앞에서 기사도를 발휘해보겠다는 심산이렷다. 갑자기 사내가 아니꼬워보였다. 

<병신새끼! 지랄하네! 안그래두 오늘 넌 한테 죽을줄 알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또 사내에게 달려들며 사내의 얼굴을 후려쳤다. 또다시 사내가 가떨어진다. 그런 사내에게 다가가 이번엔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사내는 몸을 잔뜩 웅크린채 내 발길질을 고스란히 다 맞고 있었다. 그러자 아내가 또 를 막는다. 아예 무릎까지 꿇고는 싹싹 빈다. 

<여보, 제발 그만해요! 이러다 사람 죽겠어.... 우리 교양있게 말로 해요... 말로!> 

아니 다를까 사내의 몰골을 모니 얼굴 여기저기에 멍이 들어있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사내의 모습을 보자 조금 화가 가라 앉는 것 같았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 모르게 손이 갔다. 

짝! 

아내의 뺨에서 매서운 소리가 면서 고개가 돌아갔다. 

<미친년! 그래 지난번에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정신 못차렸냐? 지난번 자살할려던건 다 뭐야? 그것도 다 쑈였냐?> 

의 높은 언성에 아내가 고개를 푹 숙인다. 그때 사내가 일어더니 말을 한다. 

<형님, 이렇게 된건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저를 때리십시오!> 

또다시 사내가 일어서면서 아내를 감싸주려고 하자 는 재빨리 사내를 발길질로 걷어차고는 거칠게 말했다. 

<야 이새꺄! 형님은 누가 니 형님이야! 넌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 오늘 안 죽은것만 다행으로 알아라. 씨발놈아!> 

사내가 내 발길질에 저만치 뒹굴자 아내가 재빨리 쫓아가 사내를 부축해 일으켜준다. 사내가 가슴을 움켜잡으며 고통스런 표정을 짓는다. 아내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를 원망스런 표정으로 바라본다. 

<여보, 이건 실수라고 했잖아요.... 근데.... 근데 사람 말은 들어보려고도 안하고 이지경이 되도록 사람을.....> 

아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는 눈물을 흘린다. 그런 아내를 보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도대체 잘못은 누가 했는데 내가 원망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참! 이것들이 아주 쑈하구 앉아있구만.... 야 지금 그럼 니들이 잘했냐? 내가 지금 이러는게 괜히 이러는 거야?> 

<여보, 내가 잘했다는게 아니라.... 다 내 잘못이야! 그러니까 우리 말로 해요, 말로....> 

<좋아! 그래 아까부터 말로 하자고 하는데 그래 어디 우리 말 좀 해보자! 도대체 니들 왜 그러는 거냐? 지금 가지고 노냐? 사람이 만만해 보여?> 

<형님 그게 아닙니다. 정말로 사랑합니다. 진심입니다. 저는 이대로 헤어질 수 없습니다. 형님도 남자시니 제 심정 아실겁니다.> 

<허? 사랑? 이게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만! 뭐? 남자니깐 니 심정을 알아줘? 에라이! 지가는 개새끼가 웃겠다! 씨발놈아!> 

사랑한다는 사내의 말에 기가 찬 는 또다시 사내를 한 대 후려갈기려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아내가 또다시 사내앞을 막아선다. 

<여보, 우리 말로 하기로 했잖아요!> 

<뭐? 말로해? 이게 지금 말로 하게 생긴일이야? 참, 내가 살다살다 별 좆같은 얘기 다 들어본다! 뭐? 사랑? 얌마, 지금 니가 하는 말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뭐? 같은 남자가 어쩌고 저째? 너같은 놈들이 남자 망신 다 시키는거야, 개새꺄!> 

사내의 말에 또다시 화가 치민 는 아내를 밀쳐내고 또한번 사내를 후려갈겼다. 그리고는 인정사정없이 사내를 짓밟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사내를 짓밟고 자 어느정도 화가 풀리는 것 같았다. 

<야 이새꺄! 그래, 어때? 이래도 아직도 사랑하냐?> 

<사랑합니다....> 

<그래? 아직도 정신 못차렸구만, 그래 오늘 어디 너죽고 죽자! 씨발놈아!> 

퍽퍽! 

도대체 얼마를 그런식으로 사내와 실랑이를 벌였을까.... 어느새 해는 저물어가고 있었고 사내의 몰골은 말이 아닐정도로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역시 지쳐서 더 이상 사내를 때릴 기운도 없었다. 털푸덕 땅바닥에 주저앉아 멍하니 있었다. 사내를 거의 반쯤 죽도록 후들겨패주고 니 왠지 모를 허탈감과 피로가 몰려왔다. 갑자기 아내가 흑흑대며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입을 막고 울고 있는 아내와 엉망이 된 사내의 몰골을 보고 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괜히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사이에 끼어들어 훼방놓은 것같은 착각까지 밀려오고 있었다. 가슴이 답답해져 담배를 들고 일어서서는 집밖으로 갔다. 밖은 이미 오래전에 해가 져 완전히 깜깜해져 있었다. 밖으로 오니 바람이 상쾌하긴 했지만 울적한 마음은 풀어지지 않았다. 담배를 입에 물고 훅하고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그제서야 속에 있는 온갖 감정의 찌꺼기들이 조금이마 배출되는 것 같았다. 이제 어찌해야 하는건가.... 이제 이혼인가....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망이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앞으로 아내와 사이에 남은건 백이면 백 이혼이었다. 하지만 뭔가 모를 미련이 남아있었다. 왠지 이대로 아내를 보내주기에는 내 마음 한구석이 너무 아팠다. 

또 한번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침 환한 달이 눈에 띄었다. 

<달아, 는 이제 어찌해야 좋은거냐.... 속시원히 대답좀 해다오....> 

달에게 물어보았지만 달은 아무말 없이 그저 제자리에서 묵묵히 깜깜한 밤하늘을 비추고만 있을뿐이었다. 

<그래, 그렇게하라는 거니.... 해처럼 뜨겁고 정열적이진 않더라도 너처럼 그저 제자리에서 묵묵히 고요하고 포근하게 어둠을 비추라는 거니.... 그게 대답인거니?> 

혼자 중얼거리는 말에 달이 웃는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그렇게 우린 시작되었다. 새로운 삶.... 보통 사람과는 다른 형태의 사랑.... 달처럼 고요하고 포근한 만의 사랑방식이 말이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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