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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령 -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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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07 일

그가 돌아올수 없는 먼곳으로 떠났다. 어느때와 같이 그는 를 바래다주고 돌아 갔는데, 차갑게 식은체로 돌아왔다. 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2005.03.09 화

그가 불 타고 있다. 는 같이 따라 들어가고 싶었다. 세상은 암흑이다.

2005.03.15 월

아무것도 먹을수 없었고, 다니던 항공사도 그만 두었다. 오직 그와 함께 일하기 위해 들어간 직장이기에 미련도 없다. 하루종일 방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2005.04.26 월

49제. 그의 장례이후 집 밖으로 처음 왔다. 수희가 함께해 주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제 다시 볼 일이 없길 바란다고 하셨다. 평소에도 를 달가워하지 않으시더니 그의 죽음까지 를 원인으로 삼은듯 했다.

2005.05.05 수

한밤중에 산책을 했다. 아직 사람도 빛도 무섭고 싫다.

2005.05.20 목

수희와 혜원이 찾아왔다. 를 위로하려 애쓰는 둘에게 술을 마시자고 했다. 는 술에 취해 울다 쓰러져 잠이 들었다.

2005.05.31 월

혜원이 찾아왔다. 의대생이 바쁠텐데 애써주는것이 고맙다. 혜원은 임용고시를 권했다. 

2005.06.03 목

몇달간 쳐 있던 커튼을 걷었다. 빛이 따사롭다.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흔적들을 지워가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

2005.06.09 수

수희에게 임용고시 자료를 부탁했다. 뒤늦게 내 후배로 사범대에 다니는 수희는 선후배를 동원해 많은 책과 자료를 구해다 주었다. 는 공부를 시작했다. 

2005.07.25 일

그의 흔적은 아주 조금씩이마 지워져갔고. 는 더 열심히 공부 했다. 는 그것밖에 할게 없다.

2005.08.30 월

수희, 혜원을 불러 저녁을 먹었다. 를 위해 애쓴 둘이 한 없이 고맙다. 

2005.11.02 화

시험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혼자만 공부한 내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모르겠다.

2005.12.05 일

시험날. 어렵지 않다는 느낌. 내가 우물안에 개구리여서 일지도 모른다.

2005.12.31 토

너무 고마운 혜원, 수희와 바다를 보러갔다. 바다를 본건지 사람을 본건지... 엄청난 인파. 2005년 마지막 날 술을 마시며 다시는 울지말자 다짐했다.

2006.01.08 일

1차 시험합격. 2차 시험의 중압감이 더 커졌다.

2006.01.31 화

2차 시험합격. 혜원이와 수희는 울었고 는 눈물만 흘렸다.

2006.03.02 목

첫 출근. 00고등학교. 이제 시작이다. 어리버리했던 하루. 늦게까지 이어진 회식. 살아 있음을 느꼈다.

2006.03.03 금

죽은 그와 닮은 사람이 있다. 우리반에. 내가 부담임으로 있는 2학년 4반에... 난 죽은 그가 날 쳐다보는줄 알았다. 눈이 마주칠때마다 가슴이 떨렸다.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중3때 교통사고로 부모사망. 사촌누와 함께 살고 있다. 공부는 그다지... 눈에 띄는 학생은 아닌듯하다. 내 눈길은 점점 그를 향했다.

2006.03.04 토

그를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언뜻 비추는 표정에서도 죽은 그의 모습이 보인다. 

2006.03.07 화

그를 볼수 있다는 생각에 이른 출근을 했다. 그에게 빠져가고 있다. 그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애쓰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 

2006.03.09 목

환경미화. 는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그를 지목했고, 방과 후에 그와 환경미화를 위한 대화를 누었다. 말투, 표정, 심지어 집중할 때 엄지손톱 물어 뜯는 것까지.. 죽은 그를 떠올리게 했다. 점점 그가 크게 다가온다.

2006.03.10 금

그와 방과 후에 환경미화에 쓸 게시판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교장 주관 회식이 생겼다. 그에게 내일로 미루자고 했다. 회식은 길지 않았지만 반갑다고 주는 술을 마시다보니 조금 취했다. 술기운이 올라올수록 그가 생각났다. 회식이 끝고 술이 깰 겸 걷다가 학교까지 왔다. 우리 교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그가 혼자 게시판을 꾸미고 있었다. 문을 열자 그는 를 보고 놀랐고 는 그의 옆에 앉았다. 술기운일까. 그에게 기대었다. 그의 빠른 심장소리가 느껴졌다. 는 얼어있는 그에게 내 지난 일을 들려주었다. 는 이야기하며 울었고, 그는 내 어깨를 감싸주었다. 열 살이 어린 그에 품에 안겨 흐느꼈다. 그리고 그가 를 학교 앞 자취하는 오피스텔까지 데려다 주었고, 는 돌아가려는 그를 끌고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그에 품에 와락 안겼고 그는 말없이 를 안아주었다. 잠시 후 그는 를 침대에 눕히고 머리맡에 앉아 를 내려다보았다. 는 그에게 눕기를 권했으 그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는 일어서 그를 와락 안아 눕히고 그의 품에 파고 들었다. 죽은 그인지 아니면 내 제자인 그인지 모르지만 그의 품이 좋았다. 그는 를 포근히 안아주었고 는 어느새 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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