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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여자아이,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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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여자아이,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다.


이렇게 수빈이가 전학 온 지 한달 반쯤 지났을 때, 이제 단짝이 된 은미는 수빈이를 집에 초대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주말에 시험공부를 핑계로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꼬셨다.

아이들은 모두들 휴일에 친구들과 밤새 놀 궁리를 하며 찬성을 했고, 수빈이도 겨우 겨우 엄마의 허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 당일 약속대로 은미네 집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수빈이 뿐이었다.

소은이는 갑자기 집에 일이 생겨서 오빠와 어머니가 시골의 본가로 갔기에 집을 지켜야 했다.

더구 집이 비어서 애완견과 뜨거운 밤을 보낼 수 있게된 소은이로서는 올 리가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인 혜미는 결국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못했다.

엄한 편인 혜미의 아버지는 "어린 계집애가 어디 외박을.." 하며 야단을 치셨다.

때문에 어머니한테 맛있는 거 해달라고 조르며 기대하던 은미로서는 몹시 김이 새었지만, 그래도 애초 수빈이를 초대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그마 만족하기로 했다.

"에휴.. 기집애들.. 큰소리만 치구..."

투덜투덜 거리면서 은미는 팬시점을 서고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 둘 다 사정이 안 되는 걸.. 그만 화 풀어.. 은미야.."

옆에서 살짝 웃으며 수빈이가 은미를 달래주었다.

은미네 집에서 묵어가기로 한 토요일에 수업이 끝난 두 사람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수빈이는 은미네보다 집이 멀기 때문에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은미네로 가기로 했다.

"그래도 너는 같이 갈 수 있어서 다행이야.. 후 훗.."

"아이.. 얘는.."

은미가 수빈이의 팔을 붙들며 재잘거렸다.

두 여자아이는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놀다가 오후 늦게 집으로 들어갔다.

아파트에 사는 수빈이와는 달리 은미네는 2층짜리 작은 단독이었다.

은미네 방은 남동생 방과 함께 2층이라고 했다.

은미가 초인종을 누르자 도어폰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엄마 야.."

"일찍 온다더니 어딜 돌아다니다가 이제 오니..?"

은미 어머니가 딸에게 약간 핀잔을 주며 대문을 열어주었다.

"에휴.. 엄마는 또 잔소리...  수빈아.. 뭐해.. 자 어서 들어와.."

은미는 대문을 들어서다 아직 문밖에서 조심스레 기웃거리는 수빈이를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기집애.. 왜 그렇게 숫기가 없니..?"

은미는 수빈이의 손목을 잡고 집안으로 이끌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 이전에 밖에서 한번 본 적이 있어 수빈이를 아는 은미 어머니가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그래.. 어서 와라. 수빈아.. 재미있게 놀다 가.."

수빈이는 전에도 느꼈지만 은미의 어머니가 무척 젊다고 생각했다.

일찍 결혼한 편인 그녀는 중학생 딸을 두고 있지만 아직 30대 중반이었다.

"아냐.. 엄마아.. 우리는 공부하려고 모인 거라니까.. 놀기 느 은...."

"귀신을 속여라.. 요것아.."

콩...

"아야..  아이.. 엄 마아..."

은미 어머니가 웃으며 능청스런 은미의 머리에 알밤을 하 콩 주고는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아유.. 엄마는.. 친구 앞에서...  자.. 수빈아.. 여기가 내방이야.."

은미는 수빈이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면서 계속 투덜거렸다.

하지만 수빈이는 친구의 그 모습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풋..."

수빈이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따라 들어갔다.

은미네 방은 친구들 중에서 가장 명랑한 성격인 은미에 어울리게 밝은 분위기였다.

척 보니까 친구 온다고 안 하던 청소를 미리 한 티가 좀 서, 수빈이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친구를 바라봤다.

"어?.. 왜.. 그렇게 쳐다봐.."

"아..아냐.. 그냥.."

"참.. 아까 산 거 풀어보자.."

"으 응.."

은미가 생각이 난 듯 팬시점에서 산 물건들을 가방에서 꺼내기 시작했다.

두 단짝 친구는 밑에서 은미 어머니가 부를 때까지 방에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재잘거리고 있었다.

은미 어머니가 아버지 오셨다고 아이들을 부른 때는 벌써 저녁 6시였다.

어느새 2시간이 흐른 것이다.

둘이 내려가 보니 은미네 아버지가 이제 막 현관으로 들어서고 계셨다.

그리고 학원에서 돌아왔는지 아까 못 봤던 은미의 동생 은철이도 있었다.

은철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어머.. 오늘도 늦으실 지 모른다더니.. 일찍 들어오시네요."

"으응.. 진행되던 일이 잘 마무리돼서 오늘은 좀 쉬려고..."

은미 아버지는 신발을 벗으며 앞에서 맞이하는 은미 어머니에게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안으로 들어서다가 수빈이를 발견하고는 잠시 멈칫했다.

"응? 집에 손님이 오셨.."

"응.. 아빠.. 제 친구인 수빈이예요. 오늘밤에 같이 시험공부 하려고요.."

"안녕하세요. 아저씨. 은미 친구 수빈이라고 합니다."

수빈이가 좀 수줍어하며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얼마 전에 새로 전학 온 친구래요.."

은미 어머니가 옆에서 거들어 주셨다.

"으응.. 그 그래 반갑구. 잘 지내다 가거라"

약간 멈칫거리던 은미의 아버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셨다.

수빈이는 순간 처음 보는 은미 아버지가 상당히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남은 아니지만 남성적인 외모에 비교적 좋은 체구를 가진 그는 40대 초반의 이에도 미묘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러 수빈이는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 부모님에게 독특한 인상을 받은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저녁식사 때였다.

은미네 가족과 함께 식탁에 앉은 수빈이는 왠지 모르게 저녁식사시간 내내 그가 신경에 쓰였다.

은미 아버지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왠지 평범하지 않은 것 같았고, 자신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면, 수빈이의 작은 가슴은 순간 철렁하며 콩당 콩당 뛰었다.

'왜 왠지.. 이상해.. 내가 그냥 민감한 걸까?'

수빈이는 그 때문에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그를 의식해서 더욱 얌전히 행동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끔 그를 흘낏 바라보기도 했다.

수빈이는 이런 느낌들에 당황하기도 했으, 그냥 자신의 착각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 아직 어린 여중생인 수빈이에게 잊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은, 저녁식사 후 은미네 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깜박 잠이 든 그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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