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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s with Roses - 4부 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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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od Bye - Air Supply

그리고 며칠이 지, 는 토요일에 수정이게 전화를 걸어 일요일 낮에 만날 약속을 했다.

어디서 만날 거냐는 수정이의 말에 는 유원지에서 만자는 제의를 했고, 수정이는 뛸듯이 기뻐했다.

일요일 아침, 회사일이 밀려 휴일에도 출근하는 처제를 배웅하고서, 는 딸에게 곱게 옷을 차려 입히고서 같이 집을 섰다.

“오빠~ “

멀리 유원지의 입구쪽에서, 수정이는 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팔랑팔랑 뛰어왔다.

내 앞까지 뛰어 온 그녀는 내 곁에 서 있는 딸을 발견하고선 그 자리에 마치 돌덩이가 된 듯이 멈춰서 버렸다.

“아빠, 이 언니는 누구야? “

“하하, 시현아 인사드려. 수정이 언니라고 한다. “

시현이는 내 뒤로 숨으며 내 옷깃을 끌어당겼다.

내가 무릎을 굽히자 딸은 손짓을 해 귀를 달라는 시늉을 했고, 내 귀에 대고 딸은 소근거렸다.

“아빠… 저 언니 되게 이쁘다… 시현이 저렇게 이쁜 언니 첨 봐… “

는 웃으며 몸을 일으키고는, 아직 굳어있는 수정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우리 시현이가 수정이가 너무 이쁘다는데? 수정아, 인사해라. 여긴 세상에 하밖에 없는 내 딸내미, 김 시현이다. “

“아… 네! 자, 잘 부탁해 시현아… “

수정이는 겨우 굳은 몸을 움직이며 허리를 굽혀 딸에게 악수를 청했고, 시현이는 수줍은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가더니 수정이의 손을 잡으며 웃었다.

“안녕하세요? 예쁜 언니. “

수정이는 조금 굳어진 얼굴이지만 밝게 웃으며 시현이와 악수했다.

시현이는 수정이와의 인사가 끝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아빠, 저 언니는 아빠 여자친구? 오케이? “

수정이가 놀라 입을 벌려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는 그 말을 가로채며 시현이에게 대답했다.

“하하… 그래, 아빠 여자친구다. 어때, 아빠 대단하지? “

“응, 아빠 너무 대단하다… 시현이 친구들 엄마 이모중에 저 언니만큼 예쁜 사람 아무도 없는데… “

수정이가 얼굴을 가득 붉히며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는 짐짓 웃으며 시현이를 들어올려 어깨에 앉히고서, 수정이의 손을 잡았다.

시현이는 지정석에 앉아 편안하게 자세를 잡았고, 수정이는 손을 가늘게 떨면서 내 곁에 서서 걸었다.

우리는 유원지에서 즐거운 오후를 보냈다.

시현이와 수정이는 제법 친해져 서로 장난치며 웃었고, 는 가끔 두 숙녀분의 이야기에 끼어들어 맞장구를 쳐 주며 내심 두 사람이 스스럼없이 친해져 가는 것을 흐뭇해 했다.

수정이는 조금 시현이를 어려워하며 너무 애에게 맞추려하는 느낌이 들었으 그 정도는 별로 대단하게 생각할 것이 못되었고, 는 두 사람의 모습에 흡족했다.

시간이 흘러 해가 기울고 돌아갈 때가 되자, 시현이는 이제 수정이와 헤어지는 것이 아쉬운 듯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수정이와 작별 인사를 했고, 수정이도 눈물이 맺혀 시현이를 몇 번이 안아주며 아쉽게 작별을 했다.

는 수정이에게 밤에 전화하마고 속삭이고서 딸과 함께 택시에 올랐다.

“시현아, 수정 언니 어때? “

“으응, 언니 좋아. “

“그래? 어떤게 좋은데? “

“응… 예쁘고… 멋지고… 랑 잘 놀아줬어. 그래서 좋아, 오케이? “

“하하… 그래. 시현이가 수정이 언니 좋다니 다행이구… 참, 시현아. “

“으응? 왜, 아빠? “

“오늘 수정이 언니 만난 거, 이모 한테는 비밀로 할까? “

“왜? “

“그냥… 오늘 시현이가 수정언니 만서 깜짝 놀란 것 처럼, 이모도 깜짝 놀라게 해 주려고. “

“으응, 재밌겠다! 이모도 수정이 언니 보면 좋아할거야. 깜짝 놀라게 해주자, 아빠. “

“하하… 그래. 그럼 오늘 수정이 언니랑 논 건 우리 둘만 비밀이다? “

“오케이, 걱정마 아빠. “

는 한시름 놓은 기분으로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이제 처제만 남은 셈이다. 

처제는 어째 죽은 아내의 분신이 대리인 같은 기분이 들어 좀 어렵지만, 그거야 조금 거짓말하고 해서 소개시키면 될 것 이다.

거짓말을 하는 건 수정이에게 정말 못할 짓 이지만, 일단은 처제에게 좋게 인사를 시키기만 하면 그 뒤는 별 문제없이 진행될 것 이다.

는 수정이를 데리고 살기로 마음먹었다.

수정이도 오늘 딸에게 자신을 소개시킨 내 행동에 내 마음을 알아챘을 것 이다.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고, 여러가지 문제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거야 거진 열살이 더 먹은 내가 그런 새파란 아가씨를 데리고 살려는데 드는 수고로는 너무 싼 거다.

‘아직 시간은 넉넉하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가… ‘

는 앞으로 펼쳐질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 수정이와 통화가 되지 않았다.

는 피곤해서 일찍 자는가 보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아침, 회사에 출근하는 내게 소연이의 황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큰일났어요! 수정이 언니가… 사라졌어요! “

2. The Flame - Cheap Trick

회사 업무를 어떻게 마쳤는지 기억이 지 않았다.

는 업무가 끝자마자 소연이를 만났다.

가게에서 만난 소연이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울먹이며 말했다.

“언니가, 어제 저녁에 들어와선 밤새도록 울었어요. 제가 왜 우는지 아무리 물어도 아무 대답도 안하고서요. 가끔씩 ‘안돼… 이제 안돼…’ 하는 말만 되풀이하곤, 계속 펑펑 울었어요. “

“그래서? 그런데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이야? “

“몰라요, 모르겠어요… 언니 달래다가 새벽에 잠들어서 깨어보니, 같이 살던 오피스텔에 언니 옷가지 몇 개만 없어진 채 언니가 없는 거예요. 아무리 찾아봐도, 핸드폰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아요… 가게에도 안왔구요… “

는 미칠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일인지, 멀쩡하던 애가 어디로 사라졌다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마담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른다는 대답이었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미 역시 걱정만 가득한 채 수정이의 행방에 대해서는 아무 아는 게 없었다.

는 어쩔수 없이 돌아와야만 했다.

도대체 어딧는건지, 무슨 일로 사라진건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딸과 만게 한게 이유일까? 하지만 그저 딸과 인사시킨 정도이지 수정이에게 같이 살자거 결혼하자거 하는 말 한마디 꺼내 것이 없지 않는가?

그 정도로 사라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 후 며칠동안, 는 어떻게 찾아볼 방법도 모른 채 그저 수정이의 연락을 기다렸다.

전화를 수십통 했지만, 한번도 수정이는 받질 않았다.

혹시 내 전화번호를 보고 안 받는가 싶어 친구 전화를 빌려서도 해보고, 공중전화로도 해 봤지만 역시 수정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수정이가 사라진 지 5일째 되던 날, 수정이가 아닌 미가 내게 연락을 해 왔다.

“찾았어요! 수정이 어딧는 지 알아냈어요! “

# # #

는 미친 사람처럼 달려가 미를 만났고, 그녀는 차분한 표정으로 내게 이야기했다.

“수정이 지금 다른 동네 룸싸롱에 있어요. 거기 있는 내 친구가 연락해 왔어요. “

“거기가 어디야? “

“진정하세요, 우선 제 말부터 들으세요. “

는 가슴을 가라앉히려 무진 애를 쓰며 미의 말을 기다렸다.

는 담배를 피워물더니 허공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지금 수정이가 간 가게, 수정이가 이바닥 처음 들어와서 잡혔던 남자가 사장으로 있는 가게예요. 이 바닥에서 그 남자, 개만도 못한 인간으로 유명하죠. 수정이의 처녀를 처음 가진 사람도 그 남자예요. 처녀 몸으로 일하겠다고 찾아 간 수정이를 그 날 바로 강간하고 자기 가게에 일시키면서 그날 바로 손님을 받게 하고 세번 2차를 가게 했었다죠. 그거 아세요? 여자는 처녀를 잃고도 몇번은 더 관계할 때 피가 흘러요. 그 남자, 세번 다 수정이를 처녀라고 소개하고서 손님들에게 평상시 가격보다 세배씩 더 받았다죠, 아마. “

“난 그런 걸 알고 싶은 게 아냐! 그 딴건 하도 중요하지 않다구! “

“중요해요! “

에게 맞받아 소리쳤다.

는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라 미에게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

그런데, 미는 울고 있었다.

그 눈물을 보는 순간, 는 미가 진심으로 수정이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말 끝까지 들으세요. 수정이는 그 가게 빠져 오려고 죽을 고생을 다 했어요. 돈은 벌었지만 거기 사장에게 장난감 취급 당하고, 숱한 남자들에게 시달리면서 걔 엄청게 망가졌었어요. 다행히 여기 마담 언니를 알게 되고, 자기가 모진 맘 먹고 죽을 힘 다해 겨우 빠져 온 곳이었다구요. 그런데 그 곳에 다시 돌아가 있는 거 예요. 왜라고 생각해요? “

“왜… 왜지? 왜 그런걸까? “

를 잠시 바라보며 담배를 뿌리까지 빨아들이고선, 재떨이에 비벼 껏다.

“바보 같은 년, 난 그년이 이렇게 바보 같은 줄 몰랐어! 수정이는 김대리님한테서 멀어지려고 그런 거 예요. 아예 김대리님이 다시 찾으려 해도 찾아갈 수 없는 곳까지 가버린거예요. 우리 마담언니, 이 바닥에서는 제법 발도 넓고 아는 사람도 많아요. 웬만한 다른 가게같으면 언니가 다시 빼내올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가게만은 언니도 어쩌질 못한다구요! 거기 사장, 아무도 감당못하는 개 같은 인간이라 우리 마담 언니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구요! “

는 이를 악물고 를 노려보더니, 한자 한자 힘주어 말했다.

“이제 제가 김대리님한테 물어볼께요. “

“… “

“도대체, 수정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무슨 짓을 했길래 그 애가 죽기보다 싫어하던 그 가게로, 그 사람에게로 가게 만든 거예요? “

도, 도 그걸 모르겠어… 정말, 정말 수정이가 왜 그런건지… “

“그게 말이 돼요? 김대리님 아니면 세상에 누가 그 애를 그렇게 죽기 직전까지 몰아가요? 도대체, 도대체 그 불쌍한 애 한테 무슨 짓을 한거냐구요! “

는 내게 악을 써 댔고, 는 아무 말 못한 채 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내 눈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소리지르던 걸 멈추고서 의자에 앉은 채 를 바라보았다.

는 조용히 말했다.

“모르겠어, 미씨.분명히 때문일텐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곧 알게되겠지. “

“어떻게… 알게 된다는 거죠? “

“지금 만서 데려올 테니까. 데려오면서 물어보겠어. “

는 어이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도대체가… 이제 못 데려온다구요! 거기 사장, 절대 수정이 안 놔줄거예요! 지금까지 얼마 여러 번 수정이 데려가려고 별별 수작을 다 했는데요! 대리님 거기 갔다간 반쯤 죽어서 올거고, 그래도 수정이 얼굴 한 번 못볼거예요! “

“걱정마, 미씨는 어딘지 가르쳐 주기만 하면 돼. “

는 한참동안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는 조용히 두 손을 모아쥐고서 그 시선을 받아들이며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고, 한참 후에 미는 한숨을 쉬었다.

“도대체… 두 사람은 무슨 사랑을 그런 식으로 하는 거죠? 난 이해를 못하겠어요. “

는 아무 말 없이 웃었다.

# # #

는 미가 가르쳐 준 가게로 향했다.

시내의 또 다른 한편에 위치한 그 가게는, ARTEMIS와는 달리 훨씬 휘황찬란한 네온을 번쩍거리고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화려하지만 왠지 음침해 보였다.

는 천천히 계단을 걸어내려갔다.

“어서오십시오! “

웨이터가 뛰어오며 를 맞았다.

“아, 그냥 혼자 마시러 온 거야. 룸 있? “

“아, 물론이죠! 이리로 오십시오! “

“잠깐, 그전에… 화장실 좀 갔다 가지. 화장실 어딘가? “

“룸 안에도 화장실이 있습니다. 들어가시죠. “

“아, 난 룸안 화장실 못써. 그 안에서 냄새 피우면 노는 기분도 잡치고… 화장실부터 가르쳐 달라구. “

“그러세요? 그럼 이쪽입니다. 따라오시죠. “

“됐어, 무슨 화장실을 안내받아서 가… 갔다 올 테니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라구. “

는 웨이터가 가르쳐 준 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걸어가며, 는 초조하게 벽을 두리번 거렸다.

‘제발… 제발 와라… ‘

화장실 문 바로 옆에, 는 찾던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는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한 후, 화재용 비상벨을 주먹으로 힘껏 때렸다.

따르르르르릉~~~~!!!

가게안에 시끄러운 벨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고, 잠시 후 사방의 룸이 열리며 사람들이 아우성치며 쏟아져 왔다.

는 초조하게 사람들의 얼굴을 살피며 복도 귀퉁이에 숨어 있었다.

어느 순간, 내 눈에 한 여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수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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