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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 여행기 제 15화 토도사 인기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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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일 여행기 제 15화 토도사 인기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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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화
"아참, 그러고 보니, 제 동료를 보살펴 주신 분이신데 제가 이름도 밝히지 않았죠? 전 가일 이에요. 가일. 가일 모리프."
격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냥 길다가 만난 친구처럼 편안한 말투는, 방금 전 있었던 작은 소동의 뒷마무리로 정말 딱 좋은 선택이었다.
여 사제조차도, 그런 편안한 말투에 방금 전까지 당황하였던 마음이 차분이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은... 참 별난 분이군요."
"네? 하핫... 별나다면 별날 지도요..."
가일은 부정하지 않았다.

"제 이름은 엘레제 예요. 견습사제 엘레제. 벌써 9년째 견습사제로 남아있다고, 제 주변에서 느림보 엘레제로 통하죠."
엘레제 역시 자신이 견습사제인 것을 숨기지 않았다.
"느림보요? 세이나를 진찰해주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잽싸게 움직이는 게 마치 토끼 같던데요. 혹시 엘레제씨 친구 분들이 엘레제씨를 잘못 보고 있는 거 아녜요?

"글쎄요.....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사제 시험도 3년 정도로 때우고 모두들 정식 사제가 되어서 신전에서 일하는데..... 9년씩이나 정 붙이는 곳 없이 돌아다니니... 아무래도 전 느림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그래요? 이상하다... 제가 보기엔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요...... 9년씩이나 돌아다니 셨으면, 못해도 대륙을 두 번은 돌아 다니셨겠죠? 그런데도 정식사제로 올라가려 하시지 않는 걸 보면... 엘레제씨도 역시 견습이지만, 사람들을 돌아다니면서 돕는 게 좋아서 그러는 거 아닌가요?"
가일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올라 있었다.

"역시 이상한 분이시네요...... ... 남들은 구 년이나 견습사제로 있었다고 하면 배꼽이 빠져라 웃던데요...."
엘레제의 말에는 자신이 원해서 하기는 했지만, 구 년이나 견습사제로 돌아다니면서 쌓였던 한 같은 것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구 년... 짧은 시간은 아니다. 게다가 남들은 3~5년이면 끝나는 시험이었다. 실력도 되고, 능력도 넘쳐날 정도인데, 남들은 대충 하고 끝내려는 '시험'을 구 년째 자신의 의지로 이어가고 있는 엘레제는, 사실 그동안 동문의 사제들한테 욕도 많이 얻어먹었었다.

같은 견습사제였던 친구들도 이미 정식사제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들도 처음에는 엘레제의 생각을 이해하는 듯 했지만, 벌써 5년이나 흘렀다.
예전에는 동문이었던 사제들도, 이제는 엘레제를 진짜 견습사제 대하듯 대한다. 아무리 사제라도 정식과 견습의 차이는 크다.

요즘 들어 자신을 깔보는 대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엘레제는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앞에 있는 이 가일이란 남자는..... 어딘가 달랐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가 별 것 아니라고 말하니 마치 그것이 진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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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다고 해야할까나..? 아니면... .... 역시 어딘가 이상하신 분....'
엘레제는 다시 바보스러운 웃음을 짓는 가일의 얼굴을 바라보며 엷게, 아주 엷게 미소지었다.

"그런거에 신경쓰지 마세요. 구 년이나 견습사제로 여행만 다녔다고 하지만, 그 신앙심 덕분이랄까... 엘레제는 이렇게 예쁜걸요."
가일이 엘레제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이제 와서 늦은 감도 없지만,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구 년간 사람들을 돌보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미인이 되어 있었다.
마음뿐만이 아니라, 사제만 아니라면 누구든지 노려볼 만한 미모의 소유자....

"가일 씨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웬지 더 기쁜걸요?"
엘레제는 그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참, 가일씨."
"예?"
엘레제는 가일의 옆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세이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일행 분은 누구시죠?"

"글쎄요..... 저도 잘 몰라요..."
가일의 무책임한 대답. 그리고 엘레제의 목소리..
"네? 모르신 다니요?"
"그렇죠... 어제 처음 만났으니까요... 이름이 세이나라는 거밖에는 말씀 드릴만한 게 없네요."
가일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엘레제는 세이나 라는 이름을 듣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이나의 이름은 사실 이 세네 시에서는 아주 유명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세이나...요? 혹시.... 세네 최고의 부자 중 한 분인 메타라 씨의 딸 세이나...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게 누군데요...? 그런 사람 몰라요. 세이나는 세네에 산다고 해서. 그냥 데리러 온 것 뿐 이예요."
가일은 그것이 누구네 집 개 이름이냐는 듯 태연하게 물었지만, 엘레제의 얼굴은 심각했다. 세네 시에 사는 사람중 세이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세이나의 아버지는, 세네시의 최고 부자로써, 아무런 직위도 없는 평민의 신분이었지만, 그 어마어마한 재산으로 인하여, 남작이라는 칭호를 받고 세네를 다스리게 된 귀족들의 사회에서 보면 좀 독특한 케이스로 귀족이 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돈은 정말 많아서, 웬만한 귀족들도 샘을 낼 정도였다.
겨우 남작이라는 칭호의 사람이, 후작이나 가질만 한 거금을 쥐고 있으니, 정말 무시 못할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가일이라는 청년.. 그런 어마어마한 사람의 딸을 데리고 왔으면서도 '그게 누군감...' 하는 태도를 하고 있으니... 엘레제의 얼굴엔 말 그대로 '경악' 이 떠올랐다.

"가일씨,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세이나씨부터 빨리 집에 데려다 주어야 겠어요."
"네? 지금 집이 어딘지도 모르는데요..."
"제가 알아요, 빨리빨리요."
엘레제의 마음은 급했다. 세이나의 아버지, 그러니까 메라타 씨는 자신의 딸에게서 연락이 갑자기 끊어지자, 엄청나게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소식이 끊어진 지 겨우 하루가 지났지만, 세네시는 세이나의 실종사건으로 들썩였고, 현재도 메라타 씨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기사단이 세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세이나를 찾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오늘 내로 발견되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의 재산과 직위를 이용하여, 소아칸 국가 전체에 자신의 딸의 실종을 알리고,
딸을 데리고 있는 범인에게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풀어서라도 찾아내어 사형시키겠다고 발표한 것도 있어,
현재 세이나를 데리고 있는 가일은, 오늘 하루만 지나도 목숨이 위태위태하게 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가일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갈 때 가더라도 배는 채우고 가야겠다며, 넉살 좋게 엘레제를 조르고 있었다.
"저기요.. 엘레제.... 저 오늘 한끼도 못 먹었거든요... 신전에서 무료로 배식도 해 준다던데.... 한끼만 먹고 가면 안될까요..?"

"안돼요!!! 가일씨, 빨리 세이나를 업고 따라오세요! 아, 빨리요!!"
엘레제는 어느새 땅거미가 깔려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급해졌다.


'휴...... 사제의 말로는 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하던데....'
레나의 머릿속은 지금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사제의 말로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뭘까...? 자꾸 느껴지는 마음속의 허전함은..
그동안 전혀 남자를 인식하지 못해서 일까? 레나의 마음속은 처음으로 이성으로 받아들인 가일에 대해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아가씨...?"
"아, 왜, 왜요?"
"다 왔습니다요."
마부의 말을 듣고 나서야 레나는 상념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레나의 앞에는, 참으로 허름한 여관이 있었다. 조명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 이곳에 묵을 만한 사람은 마치 레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가씨 말씀대로 보통 여관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곳도 괜찮으신가요?"
마부는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참, 그리고 가능하면 내가 묶는 층 전체에는 아무도 묶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당신은 호위니까 어쩔 수 없지만..."

"예? 아.... 뭐 그러죠 뭐...."
마부는 그렇게 말하고는 여관 주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잠시 후 열쇠 두 개를 들고는 레나에게 다가왔다.

"아가씨, 이 층 전체를 빌렸습니다. 아마 오늘 이 여관에는 저희밖에 묶지 않을 거예요."
"알았어요. 전 이층 맨 끝 방에서 잘게요."
레나는 그 말을 남기고는 계단을 올라갔다. 그 덕분에 레나는 보지 못했다.

레나를 바라보며 음흉하게 미소짓고 있는 마부의 얼굴을...
'흐흐흐... 어리석은 계집에... 아주 따먹어 달라구 발악을 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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