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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유혹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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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 소라넷야설 거부할 수 없는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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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내가 남편곁에 있을때 아저씨한테 전화가 왔다.
'특별히 무슨 용건이 있는건 아니고,,,' 라고 그렇게 말씀 하시는게 내 눈치를 많이 보는 듯해 보였다.
난 그런 그가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도저히 그 충동을 이기질 못했다.
휠체어를 탄 남편 생각을 하면 내가 그러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다.
잠시만 병원 근처로 와 줄수 있냐고 물었더니 알았다고 하시면서 곧 다시 전화를 하시겠다고 하곤 끊었다.
난 남편한테 한동안 혼자 있을수 있게 이것 저것 준비를 해 둔 상태로 집에 좀 잠깐 다녀 와야겠다고 말을 했다.
남편의 성격은 순간 순간 바뀌었다.
어느 순간엔 평소의 온순한 성격으로 돌아와 있을때도 있었고 어느 순간엔 자신의 처지를 못 견뎌 하면서 마치 미친 사람처럼 발작을 일으킬 때도 있었는데 오늘은 마침 그가 온순한 성격을 갖고 있을 때여서 흔쾌히 그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기가 보고 싶은지 “혜린이 많이 컸지?” 라고 우리 딸 안부를 묻는다...

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혜린이 보고 싶으면 데리고 올까요?” 하고 물었더니 됐다고 그냥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 남편이 너무 안스럽단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남편이 그런 내 눈을 보다가 남편도 자신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어리며 고개를 돌린다.
얼른 다녀오라고..혼자 있을수 있다고...
난 그런 남편을 두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난 그때 왜 남편이 창을 통해서 나를 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모든것은 그런 식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모든 일들은 운명처럼 순서대로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막 병원 로비로 내려오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난 알았다고 하고선 빠른 걸음으로 병원 로비를 지나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 가서 이곳 저곳 고개를 돌리다 보니 어느 구석에서 크락숀 울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가 창을 열고 손을 흔든다.

내가 차에 타자 그가 곧 출발을 했다.
많이 힘들지? 라며 그가 묻고는 어디로 모실까요 아가씨? 라고 농담을 하신다.
난 그 소리에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기사분 맘대로 가주세요...그렇지만 종점은 우리들의 아파트 근처라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
라고 말했다.
알았습니다. 아가씨 조금만 졸고 계시면 곧 원하는 곳으로 도착합니다..라고 하신다.
후후....
이럴땐 이런 유치한 장난이 참 좋구나...싶다.
엉덩이를 두번 들썩여 움직여서 운전하는 그의 옆으로 바짝 다가앉아 그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그가 한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 주었다.
난 그가 말하는대로 졸기로 작정을 하고는 또 한마디 했다.
기사아저씨. 제가 졸더라도 딴 맘 품지 마세요. 그럼 큰일나요 라고...말하며 정말 그에게 기대 졸기 시작했다.
처음엔 장난처럼 조는척 하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그에 어깨에 기대 잠이 든 것 같았다.
어느 순간 너무나 편안하고 조용해 눈을 떠보니 처음 보는 곳이었다.
주위에 보이는 것들이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눈 높이에 보이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게 너무 기묘했다.
나무도, 빌딩도 그리고 하늘도... 차가 서 있는 곳은 들판 입구였다.
근처에 있는 논들이 모두 추수를 하고 휭하니 비어 있었다.
그 넓은 논들 가운데 여기 저기 허수아비들만이 서있다.
이미 벼가 사라진 휑한 논두렁에 혼자 덩그렇게 서 있는 허수아비들이 마치 내 신세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날 위로 하는 친구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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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게 일어 났냐면서 몹시 안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얼마나 피곤하면 그렇게 쉽게 골아 떨어질수가 있는지...
내가 나 코 안골았어요? 라고 물으니 아저씬 아주 심하게 골던데..라며 놀리셨다.
그러면서 내 턱을 한 손으로 받쳐 입에 키스를 해 주었다.
<내가 널 어떻게 해 줘야 할까?> 라고 또 물으신다.
이 상황에 아저씨가 내게 무얼 해 줄수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
그냥 이렇게 가끔 어깨만 빌려 달라고 그럼 된다고 했다.
<내가 죄가 많은가 봐요.> 라고 내가 말했다.
왜 이렇게 내 주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또 말을 해 놓고 보니 정말 그런거 같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불구가 된 남편,
또 맘 아파하는 아저씨,

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그러면서 난 아저씨한테 안아달라고 떼를 쓴다.
아저씨가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나를 안는다.
그런 아저씰 보면서..내가 놀린다.
<아저씨 바보~ 그러다 보는 사람이랑 눈 마주치면 더 이상한 거다...> 라며 낄낄 거렸다.
아무도 없는데 아저씬 자꾸 밖이 신경이 쓰이는 듯 했다.
아저씨 우리 어디 가서 좀 누워요. 라고 내가 아저씨한테 말했다.
그는 많이 망설였다.
그의 그런 마음을 난 안다.
안고 싶은 마음과 죄의식 속에서 망설이는 그의 마음.
남편한테 아무일이 없었다면 이렇게 까지 죄의식은 느끼지 않아도 될텐데.....
모든것을 남편이 다 망치고 있는 듯 했다.
남편은 자신을 망치고 이젠 나까지 망치려 하고 있다.

병원에선 남편이 제활운동을 통해 걷게 되더라고 성생활을 할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에겐 이미 그런건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가 건강할때도 우린 남남 이었으니까...그는 내가 필요치 않았으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니 더욱 더 아저씨 품이 그리웠다.
난 떼를 쓰듯...졸랐다.
나 피곤해서 그래요..응? 안 데려갈거야? 그럼 그런곳 아니면 나 집으로 데려다 줘요..라고 억지를 부렸다.
그가 마지못해 시동을 걸고 우린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들어갔다.
우리가 원하기만 하면 갈 곳은 도처에 많이 있었다.
그렇게 많은 건물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거라곤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번엔 익숙하게 그 곳에 들어갔다.
처음이 무섭고 두렵지 이번엔 제법 주위도 살피고 엘리베이터 속에서 껴안기도 했다.
몇층 올라가지 않는 사이에 아저씨가 날 가볍게 껴 안아 주었다.
난 까치발을 들어 그에게 키스했다.
이젠 키스 정도는 익숙하게 할수 있는 사이가 된거 같아 좋았다.
난 그의 눈을 보고 윙크를 하며 웃었다.
그가 나의 볼을 잡고 흔든다.
참 오랫만에 볼 꼬집힘을 당하는거 같았다.
처음 데이트 하던 날이 갑자기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처럼 느껴졌다.
우리가 알게 된 것이 벌써 몇달이 지났구나..싶으니 시간이 흐른다는거 참 느끼기 쉬우면서도 아무 감각없이 흘러가는 듯 했다.
내가 꼬집힌 볼을 아프다고 소리치자..그가 그런 분위기의 쑥스러움을 없애려는 듯이 더욱 더 꽉 꼬집어 "아프긴 이 자식아~~" 라면서 흔든다.
난 장난처럼 볼을 꼬집는 그의 손을 잡아서 거기 꼬집지 말고 여기 꼬집어줘..그러면서 가슴에 그의 손을 갖다 댔다.
그가 뭉클하게 만져지는 내 가슴에 흠칫 놀라는 시늉을 하면서 괜히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속을 한번 돌아본다.

그런 그의 모습이 웃겨서 그래서 내가 또 장난친다.
아저씨!!!!!!
저기봐..몰래카메라다..라고 말했더니 아저씨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어디? 하면서 내 손끝을 따라온다....
아저씨 얼굴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당황한 표정을 하는 모습이 재미 있었서 "조기~ 조기 보이자나요 안 보여요? " 하면서 내가 한쪽을 계속 가르치다가 엘리베이트 문이 짱~~ 하고 열렸다.
난 도망치듯 그곳에서 뛰쳐 나와서 그를 기다렸다.

이런 것도 경험이 있는것이 좋은건가? 벌써 두번째라는 것이 이렇게 편한것인가? <경험자 우대함> 이란 말이 문득 생각났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키들거리며 웃자 그가 다가와 또 볼을 꼬집으며 "자꾸 노인네 속이면 나중에 지옥간다.." 하고 그가 날 야단친다.
"어차피 은재는 지옥갈텐데..뭐.."라고 대꾸하자 그가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아차 싶었지만 엎질러진 물 같아서 난 얼른 둘러댔다.
"난요~ 교회다니는 사람들이 교회 안다녀 지옥간데요.."라고..
그려면서 그의 팔짱을 끼고 우린 우리가 들어갈 방 앞에 나란히 섰다.
그가 키를 집어 넣어 돌리고 난 옆에서 조바심을 내면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우린 다시 둘만 갇혔다.
우리가 원하는 그곳에...다시 그와 나 둘만 된것이다.
나머지 세상은 잊고 싶었다.
남편도 혜린이도 그리고 모든것과 연루된 나 자신도...
나는 갑자기 격렬하게 그를 끌어안고 그에게 몰입했다.
마구 신음소릴 내면서 <당신! 제발 날 사랑해줘요> 라고 소리쳤다.
마치 애정 결핍증 환자처럼 굴었다.
난 그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도 나의 조급함에 전염돼 내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우린 마치 영화속 장면처럼 열정적으로 서로를 탐하며 서로의 옷을 벗겨냈다.
마치 오래전에 봤던 드라마 '불꽃'에서 이영애와 이경영이 서로를 탐하던 장면처럼 옷을 벗어 던졌다.
그들의 사랑처럼 나도 아저씨와 불꽃처럼 타오르고 싶었다.
아무 생각없이...다만 그렇게 타오르고 싶었다.
문득 그때 들었던 사랑의 테마가 생각난다.

내게 찾아온 단 하나의 사랑
잠긴 내몸을 흔들어 놓는
어디에서 어디까지 날 모르고 살았을까
내게 찾아온 단 하나의 사랑
이렇게 올줄 몰랐던 사랑 몰랐던
그댈 원했을 때부터 매일 만날 날들을 셌을 지도
저 우리만의 세상에 영원히 함께
쉴 수가 없어 사랑해도 모자란 사랑

아무것도 생각치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고 <내게 찾아온 단 하나의 사랑> 으로 불꽃처럼 타오르고 싶었다.
마치 내 이야길 하는 듯 했다.
지금까지 사랑을 모르고 살았는데...어딘가에 잠겨 죽은듯이 살았는데...
날 흔들어 놓은 사람, 내게 찾아온 단 하나의 사랑,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남들이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라고 하지만 난 그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너무 아픈 사랑도 사랑이라구.....

사람이란 이렇게 간사한 것이다.
얼마전에 남편의 사랑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던 내가 이제는 또 다른 관점으로 '너무 아픈사랑도 사랑이다' 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이다.
이런게 사람의 심리인가?
이런 내가 내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교활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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