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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유혹 26부 토도사제공 소라넷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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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유혹 26부 토도사제공 소라넷야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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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부
자다가 깨었어.
별로 좋지 않은 꿈을 꾸었거든.
오래전 유학시절의 꿈을 꾸었어.
자꾸 내가 내 자신을 돌아보다 보니 이런 과거의 그림자를 벗어 던질 수 없나보다.
꿈 때문은 아니지만 은재 당신한테 나의 유학시절 이야길 해 주고 싶어..
그 이야길 하지 않고서는 당신이 이런 나를 이해할순 없을테니까...
왜 난 이렇게 당신에게 나의 모든 것을 고백하려고 하는 걸까?
지금은 내가 당신의 키다리 아저씨가 아니고
당신이 나의 마음을 담아주고 가둬 줄 '비밀의정원'이기 때문 인거 같다.

하여간
하던 이야기 계속할까 해.
갑자기 오래 전 유학시절이 떠오른 것은 꿈 때문인지 내가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때 공부하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어서인지 잘 모르겠다.
난 그때 내가 공부하던 곳의 서가를 참 좋아했어.
그곳은 오래된 서가의 책 냄새 알지?
그 책 냄새와 그 서가들을 거니는 나의 옛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느껴지고 그 당시엔 한가지에 목을 매고 살던 시절이고 졸업만 하면 참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 한것은 내 자신이 그것을 좋아했다는 것이었겠지.
몇 번은 무모하게 논문에 도전했다가 자신의 한계가 느껴지고 무너져 내리는 아픔을 맛보았지.
물론 좋은 선생을 만나고 했으면 또 내가 무지 스마트했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지.
그게 현실이었어.

공부가 잘 되지 않고 방황하던 시절에 한 교수를 만났어.
참 좋은 분이었어.
그냥 교수이기 전에 선생이길 원하는 분이었어.
아주 엄격하기도 하고 그분과 2년을 보내며 공부했어.
그 분이 날 보고 하는 말이 '참 좋은 생각이 많은데 그것을 정교하게 나타내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피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거야.
좀 하다가 한계가 왔어 무언지 꼬여 가며 내가 속한 과에서 오리발을 내밀며 도와 줄 수 없다는 거야.
그 내부엔 약간 정치적인 면이 있었지.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또 극복할 수 없는 일개 외국인 학생이 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였던 거야.
그러다 한 이상한 교수가 아주 관심을 갖고 접근해 왔어. 그 사람은 뭔가 나에게서 완제품을 기대 했던 거야.
그런데 내가 갖고 있던 것들은 전부 설익은 것들이었지
몇 달 시간을 보낸 뒤 이별을 선언하더라.
난 그 사람이 조금만 도와주면 완제품을 만들거라 기대했지.
써 가지고 간 초고 논문들이 복도로 날라 가고 뛰어나가는 거야.
나랑 같이 하지 못하겠다고.
지금 생각하면 뭐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었던가 아직 잘 이해가 안가.
난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순간 내 손에 총이라도 있었으면 그 사람을 아마 죽였을 거야.
눈에 아무 것도 안 보이더라고.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가슴이 아프고
내가 그렇게 하고 싶어했던 모든 것들이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이렇듯 혼자 중얼거리곤 했는데 이젠 그래도 당신이 있어서 내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 오진 않을거란 생각을 해.
지금 아무리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당신이 있어서 좋아.
내가 누군가에게 이렇듯 나 자신을 완벽하게 발가벗겨 보긴 처음인거 같다.

좀 쉬었다 다시 써야겠다.
낙서라고 생각하고 그냥 가볍게 넘겨 알았지?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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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저씬 뭐가 두려운지 당신의 생각들을 가볍게 읽고 넘겨버리라고 하셨다.
그런데 편지의 내용들은 가벼운 내용들이 아니었다.
아저씨가 누군가를 총으로 쏴 죽이고 싶었을 만큼 절망적이었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이 또 그런 감정을 잘 극복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사실들이 모두 생소했다.
그런 모든 내용들을 읽어보면서 난 지금까지 아저씨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저씨께서 유학을 갔다 오신 줄도 몰랐고 또 그렇게 힘든 공부를 하신 분이 그렇게 평범하게(내 짧은 견해로 보기에...) 살아가고 그리고 나 같은 평범한 여자랑 알고 지내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갑자기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저씨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들이 무척 미안했고 또 그런 아저씨에 대해 내가 좀더 잘 알았더라면 그렇게 지금처럼 편하게 응석을 부리며 그를 안을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은 이번 메일들로 인해서 아저씨의 괴리감을 알수 있을 것 같았다.
현실과 자신의 이상과의 타협점이 일치하지 않는 삶이란..모든 것이 무의미 한 법이니까..
하지만 내가 아는 아저씬 지금 까진 아주 밝고 환하게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저씨의 편지는 계속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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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재~ 잘 잤어??
다시 아침이 왔어.
사무실 창에 아침햇살이 가득 들어 오고 있어.
블라인더 살 사이로 아침햇살이 삐죽삐죽 들어 오고 있어.
마치 은재 당신의 손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
당신의 손이 당신의 몸을 떠나 아주 긴 팔을 뻗어 이 창으로 손을 집어넣고 있는 같아.
히터에서 나는 소리가 꼭 비행기 타고 갈 때 나는 엔진 소리 같이 들린다.
아침에 이렇듯 사무실에 앉아 있다보면 모든것이 신비롭다.
창으로는 아침 햇살이 드문드문 들어오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앞에 써 보낸 멜들 그냥 낙서 보듯 보고 버려..
오래된 묵은 신문지에서 보는 기사 같은 기분이야.
하여간 이런 여러가지의 기억의 편린들이
어느순간 의미를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계속 이런 조각들을 맞추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들어..
어느날 모든 조각들이 한개의 큰 그림이 되리라 생각이 들어.
무슨 그림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머리속에 형상을 잘 알지 못하는
이미지나 혀끝에 뱅뱅도는 말처럼 아마도 너무나 익숙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 올지 모르지?
마치 아기를 낳을때 금방 난 아기얼굴에서
느껴지는 아주 친근한 얼굴모습처럼..
지루하지?
참 너무 할 이야기가 많은데 난 왜 이렇게 좁은 가슴속에
쌓아두는것이 많은지 모르겠어.
멜이 몇개 왔다고 부담 느끼지 말고

가장 현재 은재에게 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난,
현재의 난
참 별볼일 없이 살고 있다는것이야
특히 은재 앞에 선 내가 발가벗고 서 있는것 같아.
남자 모델처럼 멋있는 근육과 우람한 심벌을 자랑하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모습이 아니라 어쩌면 쑥스러워 하며 똑바로 잘 서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비스듬히 서서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은재 당신을 보고 있어.

벌거벗은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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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인 은재~
당신한테 이젠 뭘 더 이상 감출게 있겠어.
난 항상 지금까지 내 자신을 억제하고 살아왔지. 항상 시대가 또는 현실이, 와이프가 자식이...
등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말야.
하지만 어느 순간에 이렇게 살아가다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감당할 자신이 없다.
지방에서 자리 잡은 친구가 내려오라는 제안을 해 왔어.
나에게 정확한 어떤 구체적인 대우를 제안한 것은 아니고 그저 나를 자신의 고문격으로 자기의 사업의 동반자의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야.
그 친구의 사업은 이미 어느 정도 정상 괘도에 올라서 있지만
모든 것에 중요한 시기가 있듯이 지금이 친구로서는 자신의 사업을 그저 그런 소규모의 기업으로 끝나느냐 아니면 좀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인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무리라는 거야.
사람에게는 평생에 기회가 3번 온다고 하던데..
난 내게 주어진 기회를 다 써버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
아직 한번의 기회가 남겨진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지금까지 망설이며 버티어 온 것은 어쩌면 망설이던 순간에 은재 당신을 만났고 그러다 은재 당신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버티어 온 것 같아...
하지만
현재 당신이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이 내가 차라리 곁에 없다면 당신의 심적 부담감만은 조금은 덜어 줄듯 하다는 생각이 들어.

굳이 내 욕심을 차리자면 난 당신을 떠나기 싫고 또 친구와도 일을 같이 해 보고 싶어.
그런 상황이 될 수 있을까?
많은 생각과 결론 끝에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를 기회를 우선 잡아야겠다는 거야.
그렇게 해서 내가 안정이 된다면 다행이겠지?
당신은 당신대로 이곳에 내가 없다면 어쩌면 잠시는 불안하고 외로울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젊으니까 당신의 남편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사실 당신의 어린 딸을 생각하면 '혜린이'라고 했지?
내가 당신한테 참 많이 잘못을 하는구나..싶어.
내가 지금까지 나를 포기하고 살아갔던 한 부분들이 내 자식들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의 어린 딸에게도 마찬가지겠지..

당신이 당신 남편과 어떤 관계에 놓여져 살아가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어쩌면 당신도 세월이 많이 지난후에 나와 같은 결론을 내릴수도 아니면 지난 일을 웃으며 남편과 함께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늙어 갈지도 모르겠다.

은재~
난 이제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정했다.
우연처럼 당신을 알게되고 운명처럼 당신을 만나 사랑하고 그리고 내 생애 마지막 육신의 촛불에 당신이 불을 붙여 주었어.
나의 육신은 점점 시간과 함께 나약해져 가는데 당신으로 하여금 다시 재생되는 물건들처럼 다른 모습으로 살아나고 있는 내 정신을 보고 아직도 안 늦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었지.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정말 내 새로운 삶의 주인과 같은 사람이지...
당신은 나를 오랜 늪 속에서 건져주고는
그냥 건져주는 것으로 끝난게 아니고 삶의 방향까지 제시해 준거야.
그런 의미로 내가 이렇게 떠날 수 있게 만든 것을 정말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당신이 있는 서울을 떠난 다는 게 나로선 가장 힘든 결정이었지만
난 그래도 당신이 내게 준 새로운 삶의 채찍을 맞으려 떠나려고 해.
당신한테 정말 고마움을 느껴.

나의 연인 은재!
내가 마지막으로 당신한테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어.
절대 부담 갖지 말고 들어야 해.
물론 이런 말이 맘이 여린 당신한테 상당한 부담이 될거라 여기지만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내 욕망이 너무 강해서 한번 욕심을 내 보는거야.
당신이 흉볼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마음을 비우지 못한 늙은이라고...
하지만
이건 정말 그냥 내가 무조건 당신을 떠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서
만약 내가 내 욕심만 차려 내 또 다른 인생을 살겠다고 당신을 떠난다고 하면
어쩌면 당신한테 상처가 될 수도 있겠지
그래서 늙은이의 노파심에서 당신한테도 기회를 주고 싶어.

사랑하는 당신!!
내가 그리워지면 언제든 내 곁에 달려오기만 해.
난 언제든 당신을 맞을 준비를 하며 그곳에 터를 닦아 놓을 테니까..

이제는
은재의 키다리 아저씨를 포기한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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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편지가 이렇게 끝나 있었다.
어디로 언제 떠난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아저씨의 마지막 제안은 나로서는 <거부할수 없는 유혹> 이었다.
난 나대로 어딘가로 떠나서 새로운 삶을 정착할 개척지를 찾고 있던 참에..
아저씨의 제안은 내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난 갑자기 조급해 졌다.
하지만 내겐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설마 아저씨께서 벌써 떠난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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