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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2부

  산에서 돌아온 후 그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녀가 그의알몸을 복도에서 우연히 본 그녀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가 그렇게 얼굴을 붉히며 산을 뛰어내려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에이, 모르겠군"  맥주 한 병을 마시고 이러저리 생각하던, 그는 소파에

털썩 드러누웠다.  

따르릉,,,잠시 눕는다는게 어느 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전화기가 씨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여보세요,,"

"혁준이냐?"

"응, 난데,,어 규중이구나"

"그래, 나다, 임마, 어젠 잘 들어갔냐? 너 어제 너무 마시는 것 같던데,,"

"잘 들어왔다, 덕분에, 걱정마라,, 한 두번 마시는 술도 아니고,,"

"그래, 잘   들어갔다니,,다행이다  , 근데, 뭐하냐? 휴일인데,,"

"어,,뭐,,그냥"

규중은 고등학교 3년동안 묘하게도 늘 한 반을 했던 동기동창이다.

이미 몇 년 전에 결혼해서 지금은 돌 지난 아들을 가지고 있는 녀석, 동기지만 어떤 면에서 그에게는 형과도 같은 존재다.

"짜식, 너 방바닥 또 긁고 있지?  인간아,,여자도 이제 좀 만나고 그러라니까"

"야,,쉴 시간도 없는데,,"

"으그,,이 자식,,그러니, 아직도 결혼 못 하고 있지,,너 혹시,,?"

"혹시 뭐,,?"

"너, 아직도 J 못 잊는 거냐? "

이런 저런 대화가 이어지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J는 잊은지 오래다,

가끔 기억이 나긴 하지만, 그건 모두 지난 추억일 뿐이다.

아파트 이곳저곳에 그녀의 흔적이 묻어있긴 하지만, 지난 일일 뿐.

그는 머리를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랫만에 밀린 빨래와 청소를할 요량이었다.  겨울옷도 세탁소에 가져다 맡겨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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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클리닝을 아파트 상가에 맡기고 돌아오는데, 상가 옆 유치원에 개나리가활짝 피어있었다. '봄은 봄이군'  얼마만에 느껴보는 계절인가,,,

쿵,

"어이쿠!"

"어멋!"

그는 개나리를 보면서 모퉁이를 돌다가 그만 상대쪽에서 돌아오는 사람과정면으로 충돌을 하고 말았다.

"아,,이거 죄송합니다,,어쩌죠?"

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넘어진 상대를 일으키는데, 아, 이럴수가또 그녀였다.

산에서 봤던 모습과는 다르게, 어디 외출이라도 하는지 산뜻한 투피스 차림으로갈아입었지만, 분명히 산에서 본 그녀였다.

"아,,"

그를 보고, 어쩔 줄 모르는 그녀의 표정에서동일 인물이라는 걸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어디 다친데라도,,?"

"아,,네, 괜찮아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한눈을 팔다가,,"

"괜찮아요, 별 이상 없으니까,,그럼,,"

황급히 그 자리를 모면하려는 듯, 그녀는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그는 자신도 모르게

"저, 잠시만요! " 하고 그녀를 불러세웠다.

돌아본 그녀의 표정에는

"? " 가 그려져 있었다, 아직도 약간의 수줍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