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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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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소라 

향수 1부

앞으로 얼마나 걸어야 하나.....하루종일 이렇게 걸은것 같다.

세상이 너무 공허하다... 너무 많은것을 잃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어느 대기업의 컴퓨터 부서였다. CIS(computer information system)을 미국에서 전공, 박사까지 딴 나는 한국의 대기업을 골라갈 정도의 실력파였다. 미국에서 눌러 살 작정이었으나, 우연히 처제의 결혼식에 방문할 겸으로 한국에 내려갔다가 예전 같은 대학원에 있던 선배를 만나 그 선배의 알선으로 좋은 조건으로 취직하게 되었다. 갑자기 일이 진행됬던 터라 처는 미국에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고, 정말 오랜만에 혼자만의 오피스텔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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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출근하던 첫날, 회사 문 앞에서 갑자기-

"저기..혹시.."

둥그런 안경을 쓴 단발 머리의 여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혹시... 전에 미국 XX대학교에 다니시지 않으셨어요?"

"네 맞는데요. 어떻게 아시죠?"

"저기..혹시 이름이 영채아닌가요?"

이 여자가..어떻게 내이름을

"영채 맞죠? 영채야, 나 은희야, 제이미, 제이미야!"

제이미...제이미... 아직 생각이 잘 안난다. 어떻게 지금 6년이나 지난 일을 갑자기 생각해 낼 수 있는가?

"야, 영채, 아니 대니라고 불러야 하나? 야... 너 PHD(박사과정)했다고 하더니..."

이 말투, 재이미...이런 여기서 그 말괄량이를 다시 만나다니..

제이미, 나한테는 제이미라는 이름으로 기억된 그냥 같은 대학교를 다니는 아이였다. 학교다닐때만해도 그애와 난 겨우 24살 전 이야기. 벌써 6년이나 지난 일 아닌가....

"우와, 너 학교다닐때하고는 분위기가 틀리다 야... "

"그...그래..정말 오랜만이다."

"그래 어쩐일로 한국에 왔어? 너 미국에서 눌러산다며?"

"어 일이 갑자기 그렇게 됬어."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여기 건물 지하 커피숖가자."

"어..나 저기말야, 지금 오늘 첫 출근이야."

"그래? 너 여기에 입사했니?"

이럴 줄 알았다. 뭔가 오늘 아침에 약간의 서늘함이 등을 쓸며 지나갔었는데...

나는 성격상 예전부터 나를 알던사람이랑은 일을 하기 싫어한다.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볼 수도 있지만 그점은 내가 일에 몰두 할 수 있는 내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첫날, 그것도 아침부터 예전 미국에서 같이 학교를 다니던 애를 만나게 되었으니...참 세상은 정말 좁다.

"오~! 그래? 너 여기 컴퓨터 시스템 관리 부장으로 온거야? 이야~! 대단하다!"

역시 아직도 목소리 하나는 크다. 성격만큼 하는 짓도 참 대단해서 학교 다닐때부터 이애는 학교 옆 클럽에 소문이 자자하였다. 어쩌다가 학교 옆 클럽에 가서 친구들이랑 예기하다 보면 "야 코리안 보이? 요즘 제이미 소식 없냐?"하고 친구들이 물어볼 정도였다.

"야...너는 참 변한것이 없구나.."

"야, 내가 변한거라는건 애기 둘 딸린 엄마됬다는것 말고는 다른점 없어야..."

"그래..애기가 벌써 둘이야? 축하한다."

"축하가 너무 늦었으니까 니가 오늘 커피값은 계산해."

정말 주체할 수가 없다.


다른 간부들에게 인사하고 오겠다는 핑게로 부사장과의 만남을 전날 짧게 가진 이유로, 나는 내 시간에 상관없이 제이미랑 예기를 하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예기해서 그런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커피숖에서 앉아 있었다.

"...그래서 그랬었지. 야..지금 생각해 보면 대니, 너도 참 이중인격이었어."

이중인격? 무슨 이중인격? 내가 이중인격자였다는 것인가?

"야, 나 한국에 온지 벌써 6년이다. ."

".... 그래..참 너 안늦어?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어맛! 벌써 2시간이 지났네, 내가 뭐하는거야."

허겁지겁 핸드백과 웃옷을 집어들면서 일어나는 제이미의 모습에서 갑자기 '제이미가 정말 틀려지긴 틀려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때와의 제이미와는 조금 틀렸다. 어딘가 정말 성숙한 느낌. 사실 짧게 자른 머리도 그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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