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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사랑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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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도사 소라넷야설 13월의 사랑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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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부 - 또 다른 시작
그가 말했다.
어떻게 은재씨를 알게 됐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고..
혜준씨가 만나는 그 친구는 나랑 업무적으로 파트너이기 때문에 서로 조금 가깝게 지낸다면 지내는 사이고 사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회사 외에서는 서로에 대해서 상관없이 지내는 사이라고..
그런데 출장 같이 다니다가 많이 가까워진 사이였고 그친구가 어쩌다 혜준씨랑 알게 되었지만 난 그런 그 친구의 개인적인 일은 잘 모르던중 그때 어쩌다 우연히 혜준씨랑 동석을 하게 된날 내가 혜준씨한테 장난으로 친구하나 소개시켜 달라고 했었는데...
그날 은재씨를 만나게 된거라고...

그러면서 자기가 이혼한 남자라는 이야기 들었냐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다고 말하자 그가 자신이 이혼한 남자라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난 아무 상관없다고 말했다.
당신이 이혼을 했던 유부남이던 그런건 내게 아무 상관도 없다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던 듯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서 아무 부담도 갖지 말라고 했다.
그는 그런 말들을 하면서도 내 손을 놓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주 아프게 잡았다.
난 너무 아파서 손을 빼내려 했지만 그가 놓아주지 않았다.

한동안 우리는 아무 말도 안했다.
그러다 휴게소가 보이고 차 마실래요? 하고 물었다.
내가 원두를 추출해서 가지고 갔기 때문에 휴게소에 차가 멈추었을 때 가방속에서 보온병을 꺼냈다.

그가 약간 놀라는 듯 했다.
난 웃으며 컵에 커피를 따라서 그에게 주었다.
그는 마시면서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놀라요? 집에서 뽑은 커피 처음 마셔봐요? 하면서 내가 웃자..
그가 웃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연신 커피 맛을 음미하는 듯했다.
정말 좋다고..몇번을 말했다.
그런 그가 약간 과장된 표현을 하는 듯해서 마음이 약간 무거웠다.
그는 커피를 거의 다 마셔갈 때 또 다시 말했다.
"정말 좋은데요..." 라고 그래서 "더 드릴까요?" 하고 물으니 그가 "조금만 더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보온병의 뚜껑을 열고 커피를 따라 주었다.
그가 다 마시더니 내게 정말 잘 마셨다고...이렇게 은재씨가 타온 커피를 마셔볼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는 참 사소한 것에 감격하는 사람처럼 내가 타가지고 간 커피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는 그를 보니 오히려 내가 무안했다.

그는 커피를 다 마시더니 창을 열고 담배를 피워물면서 한손으로는
다시 내 손을 잡았다.
그는 이번에 내 손을 잡을때는 내 얼굴을 보지 않았다. 눈이 마주치면 부끄러울 까봐 그러는지 그냥 손만 덥석 잡아다가 주물럭 거렸다.
주물럭이란..표현을 쓰고 보니 약간 퇴폐적인 표현같은데 그런 야릇한 기분보다는 내 표현력 부족이지 암튼 그는 계속해서 내 손을 만졌다. 그는 그냥 살짝 만지는 수준을 떠나서 계속 손을 갖고 밀가루 만죽을 만지듯이 주물러 댔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손을 갖고 그래요?" 라고...그가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못 알아 듣는 듯 하더니
나중엔 "아...네.."그러면서 "참 감촉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내 손을 잡고 있는 느낌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손을 잡고 만지고 있으면 그 느낌이 뭐라 표현할수 없을만큼 좋다고 했다.
꼭 어렸을 때 처음 여자친구 사귀고 처음 손을 잡았을 때 느낌이라고 했다.

난 왠지 그런 그의 표현이 하나두 과장되 보이지 않고 진실되 보였다.
나는 "설마요.. 정말 그때 같은 느낌일까요? " 말로는 그렇게 하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그가 말했다.
"은재씨! 은재씨를 알게 된게 나로선 행운이라고 ...내가 다시 이런 느낌을 갖을줄 몰랐어요" 라고 말했다.
"어떤 느낌요?" 라고 내가 짖굿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가 "꼭 옛 시절 처음 데이트 하던 그런 감정이 들어요. 뭐랄까? 설레이고 두근거리고 가슴이 뿌듯하고..." 라고 그러면서 그가 멋 적은지 "하하하~~ " 하고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알게 된 것이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아직 모르죠."라고 말했다.

그러다 난 문득 수민에게 전화를 해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만나기로 했었는데...
잠깐 전화좀 하고 올께요.
그랬더니 그가 잡은 손을 놓지 않고 다른 손으로 주머니를 뒤져 자기 핸드폰을 주면서 "핸드폰 안 가지고 왔어요? 자 여기 내거 있으니 여기서 해요." 라고 말한다.

그래서 난 아니라구 내게도 핸드폰은 있다고 ...그러면서 손을 빼 차 밖으로 나와서 전화를 했다.
수민은 내 전화를 반갑게 받았다.
그는 내 전화가 오늘 우리가 만나기 전에 그냥 사전점검 하듯이 내가 하늘걸로 생각하는 듯했다.
난 집에 일이 생겨서 오늘 못 나갈 것 같다고 말했더니 그가 몹시 서운해 하며
내일 약속을 다시 잡자고 했지만 난 지금 상황에 썩 내키지 않아서 내일도 어찌될지 모르겠다고..그러면서 담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고 하고서는 그가 뭐라 하기도 전에 전화를 얼른 끊어 버렸다.

내가 차에 타자 우린 다시 출발했고 그는 다시 내 손을 잡아서는 계속 내 손을 놓지 않고 한 손 운전을 하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로의 상념속에 빠져서 그렇게 가고 있었다.
난 나대로 보이는 모든 것들이 모두 새롭게 보였다.

난 운전하고 있는 'P'를 새삼 다시 봤다.
그를 알게 된 것이 우연일지는 몰라도 마치 그와 이렇게 운명지어진 듯한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다.
내가 그의 옆 자리에 앉아 이런 여행을 하게 된다는게 참으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듯했다.
내 삶은 언제나 수민과의 연결된 고리를 끊어낼수 없을줄 알았는데....
수민이란 남자의 모든 그늘속에서 빠져 나올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결국 결혼후에도 남편이란 울타리가 있었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나는 나의 외관적인 모습이었을 뿐 나의 가슴 한 구석엔 언제나 또 다른 울타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삶은 항상 내 주위의 가까운 사람의 건너편 그 먼 곳에 머무는 듯 했었다.

참..나란 여자는 어찌된 것일까?
왜 남편이란 사람한테 안주하지 못하고 이렇듯 방황하며 알수 없는 사람과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나의 공백은 결국 남편으로선 채울수 없는 것인가?
남편이 나의 98% 라면 난 항상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부터 2%를 채워야 하는 것일까?

그의 출장지에 도착했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다고 했다.
출장지에 도착하니 그사람의 지방 지점 사람이 차를 갖고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그는 나에게 자신의 차 키를 주고 나에게 바람을 쏘이고 있으면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

난 자리를 운전석으로 옮겨서 그의 차를 갖고 출발을 했다.
그곳은 내가 생전 처음 와 본 곳이었지만,,,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다.
내 차가 아닌 그의 차라는 약간은 낯선 운전감각만이 그 순간에 느끼는 최소한의 나의 두려움이었다.
그가 자신의 차를 내게 주고 멀리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참 기분이 묘했다.
그가 선뜻 이렇게 내게 자신의 차 키를 내줄 줄은 몰랐기 때문에 엉겹결에 차 키를 받아 출발했지만 난 운전을 하면서 그 사람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는 나의 무엇을 저토록 신임하고 나를 신뢰하는 것일까?
단지 하룻밤 같이 동침했다는 것, 그는 자신과 그런 관계의 여자이면 이렇듯 자신의 차 키를 선뜻 내줄수 있는 신의를 아무한테나 느끼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난 이정표를 보고 바다엘 갔다.
바다엔 아무도 없었다.
멀리 배가 몇 척 떠있고 참으로 평화로웠다.

멀리 백사장에 철 늦게 찾아온 관광객들이 몇 있었을뿐 바다는 나 혼자였다.
난 아무 생각없이 그냥 파도를 보고 있었지만...
가만 어느 순간 생각속에서 깨어나 보니 내 머리 속에는 온통 'P' 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의 차를 갖고 출발하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그 사람...

한참 그렇게 앉아 있다가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해안도로의 마지막 지점쯤에 <LA MER> 이라는 까페가 있었다.
라 메르는 샹송의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불어로 '바다'라는 뜻이다.
난 망설이지 않고 그곳에 들어가 바다가 보이는 쪽에 앉아서 블루마운틴을 시키고 그런 한가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 그가 새삼 고마웠다.

나 혼자 보낸 시간이 그럭 저럭 2시간쯤 지났을 때 그한테서 전화가 왔다.
어디 있냐구..아까 헤어졌던 곳으로 다시 오라고 했다.
알았다고 하고 갔더니 그가 어떤 사람들과 같이 서서 이야길 하고 있었다.
그 근처에 차를 파킹하고 있는데 그가 내게 오는데 혼자 오는게 아니구 그랑 같이 있던 사람중에 한 사람과 같이 오는 것이다.

난 어떻게 해야할지..난감했다.
P와 그 사람이 내게로 와서 난 차창을 내렸다.
같이 온 사람이 인사를 한다.
나도 그냥 고개만 숙여 인사를 했다. 갑자기 너무나 부끄러웠다.
같이 온 사람이 마치 나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 바람난 유부녀가... 여기 있구나..하는 눈빛...모든 것이 두려웠지만 P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람과 작별인사를 하더니 차에 오른다.

미안하다고 놀래지? 하고 말하며 그냥 가라는데 계속 인사를 하겠다고 저렇게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많이 심심하지 않았느냐고..어디 맛있는거 먹으러 가자고 한다...

우린 횟집으로 들어갔다. 주인이 우리를 보더니 방으로 안내를 해주어 방으로 들어가
술을 한병 시키고 회를 시켰다.
그가 내 잔에 술을 부어주고 자신도 한 잔 따라서 술을 마시는데...
계속 스끼다시를 이것 저것 내게 밀어준다.
그는 거의 안주는 안 먹는 타입으로 술을 마셨다.
난 걱정이었다.
운전은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싶어서 나라도 술을 마시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나에게 또 술을 따라준다.

내가 운전걱정을 했더니 그가..아직 시간 있으니 괜찮다면서 마시라고 한다.
그의 그런 의도가 하나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음흉한 속셈으로 그러는 것 같지 않고 아무 사심없는 듯하게 느껴졌다.
난 이제는 무조건 P를 신뢰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나란 여자가 또 다시 어떤 사람과 엮이려는 것을 느껴서 나도 모르게 한심했지만 나로서는 그 상황에 어쩔수 없었다.

이제 메뉴가 어느정도 나올것이 거의 다 나오고 나니 주인이 맛있게 드시고 필요한거 있으면 부르세요.
라면 문들 닫고 나갔다.

우리 둘만이다.
그가 상 밑으로 손을 뻣어 내 발을 잡아 다녔다.
" 발 편하게 하고 앉아. "라고 살갑게 말해주며 스타킹을 신은 내 발을 그가 만지작 거린다.
상위의 얼굴은 아무 표정이 없다. 그는 내 발바닥을 지압하듯이 지긋이 누른다.
난 하루종일 구두를 신었던 발을 생각하고 냄새라도 손에 묻을까봐 난감해서 발을 거둬 들이려는데 그가 놔주지 않고 계속 만지작 거린다.

그는 모든 일을 한손으로 해결하면서 한 손은 여전히 발을 만지고 있었다.
나머지 한손으로 주전자를 들어 내 잔과 자신의 잔을 채우고 주전자를 놓고 젓가락을 들어 내 앞에 맛있어 보이는 회를 한점 집어 주고 또 그 손으로 자신의 입으로 술잔을 들고...
모든 것을 한 손 잡이처럼 행한다.
그는 한손은 여전히 나의 전용물 처럼 나를 만진다.
운전내내 손을 탐하더니 이제는 내 발을 탐한다.

음...갑자기 그가 마치 애정결핍증 환자처럼 느껴진다.
애정결핍증을 앓고 있는 아이처럼 어떤 신체적인 접촉을 한없이 하면서 허기진 무엇을 채우려는 듯한...
난 갑자기 가슴이 저릿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너무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모든 행위들이 가슴 저리게 사람을 아프게 했다.
마치 나를 보는 듯 했다.
겉으로는 아주 냉정하고 이기적이고 또 어쩔때는 자신을 아주 내 팽개쳐진 듯이 행동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한.. 여린 가슴을 안고 사는 ...
누군가 살짝 봐 주기만 해도 가슴이 저릿저릿 아픈 통증을 느끼는...그런 그의 모습이 내 앞에 있었다.

나의 착각일까? 내가 너무 감상적인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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